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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토 진사이’로 읽는 일본 유학의 진수

등록 2016-04-14 21:38

논어고의
맹자고의

이토 진사이 지음, 최경열 옮김
그린비·각 권 4만5000원, 4만2000원

<논어>를 ‘우주 제일의 책(宇宙第一書)’이라고 극찬한 사람은 일본의 실학파라고 할 수 있는 고의학파의 창시자 이토 진사이(伊藤仁齋;1627~1705)이다. 이 일본 대유가 논어와 맹자를 주석한 <논어 고의>와 <맹자 고의>가 한문학자 최경열씨의 번역으로 동시 출간됐다. 일본 실학의 고갱이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보통 사람들은 주자학만 유학인 줄 알지만, 중국 송대의 주희가 집대성한 주자학은 ‘신유학’으로 한정된다. 선진시대 공자와 맹자의 유학은 주자 이후 유학과 구분하여 ‘원유학’이라 불린다. 이토 진사이의 유학은 바로 주자학을 건너뛰어 원유학, 즉 공자와 맹자가 말한 본래 사상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유학이다. 주석서 이름이 고의(古義)인 것도 주자학의 관념성에 가려진 옛글의 참뜻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셈이다.

중세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막부는 평화시대를 이끌어갈 체제철학으로 주자학을 설정한다. 조선의 퇴계학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까닭도 일부 여기에 있다. 교토의 목재상 집 아들로 태어난 이토 역시 청년 시절 주자학을 배우고 불교에도 심취했으나, 삼십대에 이르러 주자학과 불교 모두를 비판하며 원유학에 기반한 실질 중심의 유학사상 수립으로 나아갔다.

이토는 유학의 모든 가르침은 <논어>에서 연원한다고 본다. <맹자>는 논어의 가르침(교)에서 도(道)를 이끌어낸 것으로 해석한다. 이렇게 되면 공맹사상은 주자학적 관념론이 아니라 본래의 현실친화적인 가르침으로 읽을 수 있게 된다. “고원한 논의는 무의미하다. 진정한 가르침은 일상 속에서 살아 있고, 사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덕성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의학파의 이런 사상은 사무라이계급의 주자학적 세계관에 대응하는 조닌(상공업에 종사하는 중인)계층의 사상으로 환영받았다. 메이지 유신 후 서구 자본주의를 유교와 결합시킨 시부사와 에이치(1840~1931)의 유상(儒商) 철학도 고의학파에 닿아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일반 독서인들이 조선의 주자학적 전통과 비교해 장단점을 살펴볼 수 있는 입문의 기회이다.

이인우 <서울&>콘텐츠디렉터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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