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양철북 제공
허은미 글, 노준구 그림/양철북·1만원 동생 찬이는 뇌병변 장애아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걷지도 서지도 못한다. 밥 먹고 대소변을 가리기 또한 ‘큰일’이다. “엄마”라는 말조차 못하고 ‘으으으’ ‘아아아’ 라는 외마디 소리만 뱉을 뿐이다. 무엇보다 찬이와 찬이 가족이 넘어야 할 더 큰 장애물은 세상의 편견이다. “쟤가 네 동생이야?” “왜 학교 안 다니는데?” “목이 왜 저래”…, 그림책의 표지를 열면 장애인 가족을 대하는 우리 안의 무심한 시선과 질문이 ‘세상의 찬이들’에게 생채기를 낸다. <찬이가 가르쳐 준 것>은 뇌병변 장애가 있는 찬이네 가족의 하루를 따라간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뇌병변 장애아 가족모임인 ‘열손가락 서로돌봄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을 취재한 허은미 작가는 더도 덜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나는 괜찮아요라는 편안한 얼굴을 한 찬이에게 위로받았다”는 노준구 작가의 순한 필선이 감정선을 건드린다. 제 나이만큼 키와 근육이 자라지 않은 찬이에겐 휠체어가 이동수단이다. 목이 말라 휠체어를 굴려보지만, 식탁 위에 놓인 빨대컵이 그림의 떡이다. 부엌 옆이 바로 화장실이건만 천리만길, 도움 없이는 거실 바닥에 지리고 만다. 엄마의 고단함은 말해 무엇하랴. 찬이를 앉히고 눕히고 일으키고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운동시키고 인지치료에 놀이치료에 온종일 찬이의 팔다리가 되어주느라 파김치다. “쯧쯧, 걷기라도 하면…” “말이라도 하면…” 세상 사람들의 위로는 마음을 후벼파는 부메랑이다. “그냥 함께 자고 눈뜨고 숨 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라고 받아넘기다가도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찬이의 속도에 맞추다 보니 미안한 일도 감사한 일도 무지무지 많아졌다. 다 찬이가 가르쳐준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세상을 천천히 즐기는 법”을. 동생으로 인해 일찍 철든 나는 상장을 받아와도 엄마의 관심을 못 받아 섭섭하지만, 가족이 힘이란 걸 사랑은 비교하지 않는다는 걸 배운다. <병하의 고민> <꿈틀>에 이은 푸르메친구들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다. 작가 인세와 출판사의 수익금을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보태는 ‘착한 그림책’이다. 재단은 4월말 어린이재활병원 문을 연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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