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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약자 손 잡아준 12가지 판결 이야기

등록 2016-03-03 20:25

그림 나무야 제공
그림 나무야 제공
판결
홍경의 지음, 문신기 그림
나무야·1만2000원

‘시민의 편에서 약자의 손을 잡아 준’ 열두 가지 ‘판결’을 다룬 책이 나왔다. 이 책이 한국 사회에서 이목을 끈 판결들을 짚어보는 것은 단순히 그 결과를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다. <판결>은 각각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평범한 시민들이 어떤 제약과 법 앞에서 좌절했는지, 누구와 연대해서 용기를 내고 부당한 일들에 맞섰는지, 정의로운 판결을 이끌어내려 노력한 일부 법률가들은 어떻게 이들의 손을 잡고 한발 나아갔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선거구 획정’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연을 다룬 판결을 살펴보면, 요즈음 신문과 방송의 보도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개개인의 평등한 투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선거구 획정 결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당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권리를 되찾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할 의무가 정부에 있다는 것을 책은 말해준다.

또한 호주제 폐지, 고문 금지 등이 수많은 이들의 고통 위에서 인내와 협력으로 얻어낸 열매임을 깨닫게 하고, 아직도 반복되는 산업재해와 환경권 문제 등을 다룬 판결에선 사회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게 한다. 약자의 편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할 만한 소송을 이끌며 여러 값진 판결을 얻어낸 조영래 변호사(1947~90)의 모습도 인상에 남는다.

열두 가지 주제마다 상황이 설정된 간략한 이야기가 흥미를 돋운다. 부당한 일들을 겪은 피해자들과 ‘나’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기에 실패와 성공이 버무려진 ‘판결’이 갖는 의미를 더 깊이 곱씹게 한다.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동물원에서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마지막 장에선 이 책을 읽을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약자의 손을 잡아주는 일이 인간에만 머물지 않도록 시야를 넓혀줄 듯하다. 초등 고학년부터.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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