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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본주의와 관료제의 음흉한 결탁

등록 2016-02-25 20:44

잠깐독서
관료제 유토피아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 김영배 옮김
메디치·1만9000원

인류학자는 현장에 자신의 분석틀을 증명하려고 가지 않는다. 들어간 다음, 거기서 비로소 고유한 움직임을 발견한다. 런던정경대 인류학 교수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그런 ‘현장연구’ 방식으로 경제와 사회를 분석해왔다. <부채, 그 첫 5000년>(2011)에선 애당초 빚으로 유지되게끔 설계된 자본주의를 고찰했고, <우리만 모르는 민주주의>(2013)로는 2011년 미국 월가 점령 운동을 이론화했다. 그는 이 운동의 리더 중 하나다.

<관료제 유토피아>는 시장과 관료제의 공생을 들춘다. 자유롭고 싶은 시장과 통제하려는 관료제가 어떻게? “시장이 정부(관료제)로부터 독립적이란 생각은 19세기 이후부터 퍼졌다. (…) 정부의 역할을 줄이도록 고안된 자유방임 경제정책을 정당화”하고자. 자유주의가 강화될수록 관료제가 약해질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둘은 비례했다.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17~18세기) 프랑스 절대왕정 때보다 1천배 더 많은 서류작업이 필요해”졌다.

규제 완화의 의미가 ‘규제 돌려막기’라는 지적도 한다. 내게 불리한 규제를 풀고 유리하게 바꾸는 것이 실체란 얘기. 권력이 상당 부분 시장으로 넘어간 지금, 탈규제를 외치는 기업은 자진해서 관료적 원리를 복제하며 조직을 꾸리기에 이른다. 사회의 “전면적 관료화”다.

이렇게 자유는 작아진다. 그레이버는 관료제라는 공권력이 행사하는 구조적 폭력을 드러낸다. 이 힘은 창의성을 검열한다. 관료제의 심사를 통과한 창의성에만 자본은 선택적으로 투입된다. 과학기술이 삶을 일면 부자유하게 만드는 사정이다.

촘스키와 더불어 미국 보수의 주요 공격 대상인 저자는 무정부주의자로도 유명하다. “권력은 절망을 퍼뜨림으로써 지배한다. 최고의 정치적 행동은 희망을 품는 것”이란 말은 아나키스트의 낭만이 아니다. 변화는 반복된 희망의 보상이었다. 그러므로 희망은 변화의 리허설이다. ‘월가 점령’은 이번 미국 대선후보 경선에 ‘월가 해체’라는 핫이슈로 다시 공론이 됐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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