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비욘드 로맨스
M.C. 딜런 지음, 도승연 옮김
MID·1만8000원 ‘두 사람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했습니다.’ 열렬히 사랑한 연인들을 그린 동화나 드라마의 끝은 언제나 이렇다. ‘낭만적 사랑’이 일상이 될 때 벌어지는 풍경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다. 두근거리는 떨림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는 낭만적 사랑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이상적 사랑의 모델’이다. 또 결혼은 그 낭만적 사랑의 ‘완성’으로 포장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연인의 반짝이는 두 눈에서 다시 태어난 나’로 표현되는 낭만적 사랑의 절정은 아직 서로에게 싫증나지 않은 상대 앞에서나 다시 전개될 뿐이다. 현실에선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 되고 “가부장적 일부일처제에 따라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철학자이기도 한 그는 “사랑이 없는 삶의 무의미함, 잘못된 사랑으로 고통을 경험했던 자들은 사랑 없이는 행복한 삶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 결핍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를 잘 알고” 있지 않으냐며, 고대 그리스 철학과 현대 포스트모더니즘을 훑으며 진정한 사랑 찾기에 골몰한다.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가 사랑을 알고는 있을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그는 섹스칼럼을 쓰면서 진정한 사랑과 자아를 찾던 드라마 속 주인공만큼이나 친근하다. 같은 고민을 어려운 철학적 용어로 풀어낸다는 게 조금 다를 뿐이다. “어려운 용어는 학자들의 오만, 혹은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만든 화려한 기교로 여기고 슬쩍 넘어가라”고 권하는 저자의 말에 감사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내 앞에 선 연인의 ‘살’을 직시하지 않을 때만 더 불타오르는 낭만적 사랑이 얼마나 모순적이며 위선적인가 깨닫게 된다. <비욘드 로맨스>의 저자는 ‘성교’라는 협소한 의미로 이해돼 온 “타인의 몸을 만진다는 것”, 그것이 “곧 타인을 만나는 것이며 그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며,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연인의 신체에 대한 지식을 쌓으며 자라난다”고 말한다. 또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는 것은 곧 ‘나’란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M.C. 딜런 지음, 도승연 옮김
MID·1만8000원 ‘두 사람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했습니다.’ 열렬히 사랑한 연인들을 그린 동화나 드라마의 끝은 언제나 이렇다. ‘낭만적 사랑’이 일상이 될 때 벌어지는 풍경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다. 두근거리는 떨림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는 낭만적 사랑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이상적 사랑의 모델’이다. 또 결혼은 그 낭만적 사랑의 ‘완성’으로 포장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연인의 반짝이는 두 눈에서 다시 태어난 나’로 표현되는 낭만적 사랑의 절정은 아직 서로에게 싫증나지 않은 상대 앞에서나 다시 전개될 뿐이다. 현실에선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 되고 “가부장적 일부일처제에 따라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철학자이기도 한 그는 “사랑이 없는 삶의 무의미함, 잘못된 사랑으로 고통을 경험했던 자들은 사랑 없이는 행복한 삶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 결핍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를 잘 알고” 있지 않으냐며, 고대 그리스 철학과 현대 포스트모더니즘을 훑으며 진정한 사랑 찾기에 골몰한다.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가 사랑을 알고는 있을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그는 섹스칼럼을 쓰면서 진정한 사랑과 자아를 찾던 드라마 속 주인공만큼이나 친근하다. 같은 고민을 어려운 철학적 용어로 풀어낸다는 게 조금 다를 뿐이다. “어려운 용어는 학자들의 오만, 혹은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만든 화려한 기교로 여기고 슬쩍 넘어가라”고 권하는 저자의 말에 감사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내 앞에 선 연인의 ‘살’을 직시하지 않을 때만 더 불타오르는 낭만적 사랑이 얼마나 모순적이며 위선적인가 깨닫게 된다. <비욘드 로맨스>의 저자는 ‘성교’라는 협소한 의미로 이해돼 온 “타인의 몸을 만진다는 것”, 그것이 “곧 타인을 만나는 것이며 그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며,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연인의 신체에 대한 지식을 쌓으며 자라난다”고 말한다. 또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는 것은 곧 ‘나’란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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