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북쪽 녀자
이병천 지음/다산책방·1만3000원 이렇게 절절한 로맨스가 또 있을까. <북쪽 녀자>는 북쪽 금강산 안내원, 구룡연 코스를 안내하는 남쪽 조장인 ‘남남북녀’의 사랑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에 처음 투입된 스물아홉살 백산서는 2008년 7월3일 구룡대 바위에서 저대(북한의 민족악기)로 ‘금강선녀’를 연주하는 스물두살 북쪽 금강산 안내원 림채하에게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끌림을 경험한다. 이런 본능적 감정 동요는 림채하도 마찬가지. 이후 두 주인공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림채하의 숙소, 금강산 광광을 추진했던 남쪽 회장의 추모비 뒤편 등에서 은밀한 사랑을 나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둘의 사랑은 남쪽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금광산 관광사업이 중단되면서, 40일 만인 8월11일 막을 내린다. 소설은 이 둘의 짧은 연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후 7년 동안 겪게 되는 심경의 변화와 고통, 서로를 찾아 떠나는 여정 등을 풀어가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덕분에 흔한 로맨스 소설이 아닌, 대하소설 한 편을 읽는 느낌이다.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 이 둘의 사랑만큼 절절했을까? “그해 8월 이후 3년 동안, 나는 미친놈이 되어 살았다. 미치지 않고는 단 하루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는 백산서의 고백에서 보듯, 사랑의 감정은 이별기간에 비례해 점점 더 커진다. 서로를 잊지 못하던 두 사람은 2011년 8월, 마침내 목숨을 건 결단을 한다. “오라바이하고 헤어진 지 천 날이 지나고도 다시 96일째, 그러니까 만 삼 년하고도 하루가 되는 날이었어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고, 단 하루도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었어요.” 하필 림채하가 백산서를 찾아 두만강을 건너는 그때, 백산서 역시 림채하를 찾아 두만강을 건너면서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 앞에 놓이는데…. 이야기는 백산서와 림채하의 시선에서 회고와 진술을 토대로 풀어가는 형식을 취한다. 덕분에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이 ‘남남북녀’의 기이한 사랑에 더욱 숙연하게 몰입할 수 있다. 금강산 관광과 남북관계에 대한 성찰, 명박산성, 쇠고기 촛불, 장성택 숙청, 세월호 참사 등이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작가의 꼼꼼한 취재와 탄탄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놀랍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이병천 지음/다산책방·1만3000원 이렇게 절절한 로맨스가 또 있을까. <북쪽 녀자>는 북쪽 금강산 안내원, 구룡연 코스를 안내하는 남쪽 조장인 ‘남남북녀’의 사랑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에 처음 투입된 스물아홉살 백산서는 2008년 7월3일 구룡대 바위에서 저대(북한의 민족악기)로 ‘금강선녀’를 연주하는 스물두살 북쪽 금강산 안내원 림채하에게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끌림을 경험한다. 이런 본능적 감정 동요는 림채하도 마찬가지. 이후 두 주인공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림채하의 숙소, 금강산 광광을 추진했던 남쪽 회장의 추모비 뒤편 등에서 은밀한 사랑을 나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둘의 사랑은 남쪽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금광산 관광사업이 중단되면서, 40일 만인 8월11일 막을 내린다. 소설은 이 둘의 짧은 연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후 7년 동안 겪게 되는 심경의 변화와 고통, 서로를 찾아 떠나는 여정 등을 풀어가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덕분에 흔한 로맨스 소설이 아닌, 대하소설 한 편을 읽는 느낌이다.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 이 둘의 사랑만큼 절절했을까? “그해 8월 이후 3년 동안, 나는 미친놈이 되어 살았다. 미치지 않고는 단 하루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는 백산서의 고백에서 보듯, 사랑의 감정은 이별기간에 비례해 점점 더 커진다. 서로를 잊지 못하던 두 사람은 2011년 8월, 마침내 목숨을 건 결단을 한다. “오라바이하고 헤어진 지 천 날이 지나고도 다시 96일째, 그러니까 만 삼 년하고도 하루가 되는 날이었어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고, 단 하루도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었어요.” 하필 림채하가 백산서를 찾아 두만강을 건너는 그때, 백산서 역시 림채하를 찾아 두만강을 건너면서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 앞에 놓이는데…. 이야기는 백산서와 림채하의 시선에서 회고와 진술을 토대로 풀어가는 형식을 취한다. 덕분에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였던 이 ‘남남북녀’의 기이한 사랑에 더욱 숙연하게 몰입할 수 있다. 금강산 관광과 남북관계에 대한 성찰, 명박산성, 쇠고기 촛불, 장성택 숙청, 세월호 참사 등이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작가의 꼼꼼한 취재와 탄탄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놀랍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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