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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민족은 실체없는 근대 발명품” 세계적 논쟁의 주인공

등록 2015-12-14 20:39수정 2015-12-17 11:59

베네딕트 앤더슨 미국 코넬대 명예교수. 사진 AP 연합뉴스
베네딕트 앤더슨 미국 코넬대 명예교수. 사진 AP 연합뉴스
베네딕트 앤더슨 별세…‘상상의 공동체’로 민족주의 기원 성찰
저서 <상상의 공동체>로 잘 알려진 베네딕트 앤더슨 미국 코넬대 명예교수가 13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에서 별세했다. 향년 79.

고인의 벗인 타이의 역사학자 찬윗 까셋시리는 이날 동료 학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벤 앤더슨이 그가 가장 사랑한 자바섬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앤더슨이 자바의 말랑을 방문 중이었으며 잠든 사이에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앤더슨은 1936년 중국 쿤밍에서 영국계 아일랜드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했으며, 케임브리지대와 코넬대에서 동남아시아 정치학을 공부했다.

민족주의와 동아시아 연구에 일가를 이룬 그는 83년 펴낸 논쟁적인 저서 <상상의 공동체: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성찰>로 이름을 얻었다. 한국어를 비롯해 20여개 언어로 번역·출간된 이 책에서 앤더슨은 “민족은 공통의 언어와 문해력에 뿌리를 둔 현대적인 개념”이자 “상상력이 만들어낸 정치공동체”라고 주장했다. ‘민족’ 개념은 통념과 달리 오래전부터 확고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근대에 만들어진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민족주의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는 찬사와 근대 이후 국민국가가 형성된 서구와 제3세계의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함으로써 실체로서의 민족공동체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앤더슨은 학술이론을 넘어 현실세계에도 적극 개입했다. 그는 65년 인도네시아 군부의 유혈 쿠데타가 공산주의 세력의 봉기 때문이 아니라 군부가 사전 계획한 것이라는 글을 발표했다가 72년부터 99년까지 인도네시아 군부 정부로부터 입국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그러자 그는 타이의 근대화 이행 과정을 다룬 <금단 증상>을 출간하는 등 동아시아 전반에 대한 연구로 시야를 넓혔다. 최근까지 그는 내년 출간할 회고록 <경계 너머의 삶>의 마무리 작업을 해왔다.

오스트레일리아 머독대학의 국제정치학자인 케빈 휴이슨 교수는 “진보적 정치 변화에 대한 앤더슨의 학문적 성과와 헌신은 그가 동남아시아 지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하나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는 점을 뜻한다”고 기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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