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의 전모를 다룬 재일동포 작가 김석범의 일본어 소설 <화산도>가 처음으로 완역 출간되었다. 사진은 4·3을 소재로 한 영화 <지슬>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김석범 대표작 12권 완역
원고지 2만2천여장 분량
제주 안팎 아우르는 총체상
독립운동하다 전향한
중립적 인물 이방근이 중심
좌우 양쪽 모두 거리 두고
화평 노력 기울이다 좌절
결국 적극 행동으로 돌아서
“김석범 문학은 망명문학”
동국대선 완역 심포지엄 열려
일본 이와나미판도 새로 나와
원고지 2만2천여장 분량
제주 안팎 아우르는 총체상
독립운동하다 전향한
중립적 인물 이방근이 중심
좌우 양쪽 모두 거리 두고
화평 노력 기울이다 좌절
결국 적극 행동으로 돌아서
“김석범 문학은 망명문학”
동국대선 완역 심포지엄 열려
일본 이와나미판도 새로 나와
김석범 지음, 김환기·김학동 옮김/보고사·각 권 1만2000원~1만5000원, 12권 세트 17만원 재일동포 작가 김석범(90)이 제주 4·3을 소재로 쓴 일본어 소설 <화산도>는 80년대 말 이호철·김석희 번역으로 실천문학사에서 다섯권으로 출간된 바 있다. 그러나 원작 <화산도>는 일본에서도 1997년에야 전 7권으로 완간되었고, 실천문학사판은 서장과 종장을 제한 전체 27장 가운데 12장만을 옮긴 것이었다. 김환기·김학동 번역으로 새로 나온 보고사판 12권은 한국에 처음 선뵈는 ‘완전체 <화산도>’다. <화산도>는 총련 계열 재일조선문학예술가동맹(문예동) 기관지 <문학예술>에 1965년부터 2년 남짓 한국어로 연재되다 중단되었으며 1976년부터는 일본어 잡지 <문학계>에 일본어로 연재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화산도> 한국어판이 완성되기까지는 무려 반세기가 걸린 셈이다. 원고지 2만2천여장에 이르는 대작 <화산도>는 4·3의 ‘전야’라 할 1948년 2월 말부터 무장봉기가 완전히 진압된 이듬해 6월까지 4·3의 전모를 다룬다. 빨치산과 서북청년단, 경찰, 미군, 무고한 도민 등이 죽고 죽이는 살육전을 펼치는 제주를 중심으로, 남북 분단과 이승만 단독정부 수립, 친일파 재등용, 여수순천반란사건, 재일동포와 일본 공산당의 관계 같은 제주 바깥의 굵직한 상황까지 아우르면서 4·3의 총체적 진실에 다가가고자 한다. 소설의 중심 인물 이방근은 일제 강점기 도쿄 유학 중 독립운동을 벌이다가 체포되었지만 전향을 약속하고 병보석으로 출감한 전력이 있다. 부잣집 아들인 그는 그에 대한 자괴감으로 해방 뒤에도 아무런 사회적 활동도 하지 않고 술이나 마시며 세상을 관조하는 중이다. 소설 앞부분에서 술집 여종업원을 놓고 서북 출신들과 싸움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들려 온 그는 유치장에서 좌익 지도자 강몽구와 처음 대면하는데, 강몽구가 그에게 하는 말이 정곡을 찌른다. “자네는 요즘 같은 세상에 의외로 태평한 사람이군.” 강몽구인즉 단독 선거를 앞두고 그해 1월에 있었던 검거선풍에 따라 동료들과 함께 체포되어 와 있던 인물. 그런 강몽구들을 보며 이방근은 순간 “부끄러운 생각”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나다.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가난한 자에게 열등감을 느끼거나 의식하는 식의 속물적인 감상은 없애야만 한다.” 이 일에 앞서 그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지금은 중학교 교사이면서 지하 당원인 유달현은 그에게 머잖아 봉기가 일어날 것임을 알려주는데, 그 소식과 관련해서도 이방근의 태도는 확고하다. “그래도 난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볼 뿐이다.” 이방근은 물론 사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안목과, 적어도 나쁜 짓은 하지 않겠다는 양심을 챙기는 지식인이다. 그런 그가 친일파를 중용하는 이승만 정권과 제주 도민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서북청년단에 우호적일 리 없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좌익의 관념주의와 극단주의에도 거리를 두고자 한다.
재일동포 작가 김석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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