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육아를 부탁해
박란희 지음/한국경제신문 펴냄, 1만3천원. 수많은 육아 전문가와 성공한 여성 리더들이 항상 ‘워킹맘’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아이에 대한 사랑은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전업맘’에 견줘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현격하게 부족한 워킹맘들에게 묘한 위안과 안도감을 준다. 그런데 “내가 직접 겪어보니 아니더라. 배신감까지 느꼈다”고 말하며 전문가들에게 ‘발칙한 도전장’을 내민 여성이 있다. 바로 <워킹맘 생존육아>(한국경제신문 펴냄)를 펴낸 박란희 기자다. 그는 “아이한테 주는 사랑이 질적 전환을 하려면 반드시 양적인 충족이 있어야 했다”며 “워킹맘이라면 질보다는 양”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 편집장인 그는 현재 12살, 7살 두 딸을 키우며 그동안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로서 30대를 불태우던 시절, 그는 충남 예산에 있는 시집에 아이를 맡기고 ‘일중독 워킹맘’으로 5년 동안 지내다 남편과 이혼할 위기에 처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박 기자는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 남편을 따라나섰다. 아는 사람도 없고 도와줄 친인척도 없는 곳에서 그는 철저하게 전업맘으로서 살았다. 워킹맘이 아닌 전업맘의 삶을 살아보니 그는 이제까지 자신이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 그는 전업맘들이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고 커피숍에 앉아 쓸데없는 수다나 떤다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그런 모임에서 전업맘들은 학교 정보는 물론 같은 반 아이들에 대한 품평, 학원에 대한 평가까지 아이 교육과 학교생활에 꼭 필요한 알짜 정보들을 나눴다. 전업맘들은 시간이 남아돌아 몰려다니며 쇼핑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시간을 투자해 돈 나가는 구멍을 막고 있었다. 전업맘 역시 집에서 한가롭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사와 아이 교육 등에 몸이 두개라도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엄마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는 전업맘 자녀들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아이의 마음과 학교생활을 잘 이해하려면, 워킹맘 역시 절대적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박 기자는 한국에 돌아와 다시 워킹맘이 되면서, 삶의 우선순위를 ‘엄마’에 두기로 했다. 그는 전업맘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워킹맘으로서 생존하고 있다고 밝힌다. 그는 전업맘 세계에서 꼴불견으로 꼽히는 다양한 워킹맘 사례들을 전해주기도 하고, 전업맘과 사귀려면 어떤 원칙들을 지켜야 하는지 언니처럼 알려준다. 또 중학생 시기부터 시작되는 입시 전쟁을 앞두고, 일과 양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워킹맘이 초등학생 자녀를 현명하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전한다. 수차례 옮긴 영어 학원 시행착오기부터 수학 연산학습지를 풀면서 아이랑 왜 싸웠는지, 엄마 없이 방학을 보내야 하는 아이를 위한 전략까지 세세하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놓는다. 다만 사교육 1번지이며 교육열이 지나친 서울 목동 중심의 이야기가 너무 일반적인 것처럼 전달되면서 한편으로는 또다른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어 아쉽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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