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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너의 피를 천하의 개에 먹여도…”

등록 2015-09-10 20:33

잠깐독서
고려왕조의 위기, 혹은
세계화 시대

이승한 지음/푸른역사·2만원

책을 읽다 보니 중고교 때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배웠던 고려왕조의 불행한 역사가 생생히 살아난다. 원의 사신들에게 포박당해 베이징으로 끌려간 충혜왕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너 왕정(충혜왕의 이름)은 임금이 되어 백성을 탄압하고 갈취함이 너무 심하였다. 너의 피를 천하의 개에 먹여도 오히려 부족한 일이다. 하지만 짐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게양에 유배하노니 나를 원망치 말고 갈지어다.” 1300년대 동아시아 거의 전 지역을 지배한 원의 황제가 충혜왕을 귀양 보내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충혜왕은 결국 베이징에서 2만리나 되는 곳으로 유배를 가다가 30살의 나이에 죽고 만다.

1세기 남짓 원나라의 간섭기에 고려는 왕은 물론 민초들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초를 당했다. 고려사가 소외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고려사를 대중들에게 꾸준히 소개해온 저자는 민족적 관점이 아닌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고려말 부마국 체제의 실상을 보여주려 한다. 특히 당시 고려의 정치 사회를 주도한 ‘부원배’(附元輩) 세력에 주목한다. 이들은 당시 ‘국제어인 몽골어와 한어를 익힌 자들로 세계화 시대의 국제인’이었다. 고려 왕들은 부원배 세력의 책동 때문에 온갖 수난을 겪어야 했다. 몽골제국의 지배를 받던 고려 말 국내·국제 정치판을 오늘에 빗대어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김경무 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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