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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해운대 배경 삼은 짧고도 강렬한 이야기들

등록 2015-09-03 19:53

잠깐독서
해운대, 그 태양과 모래
김성종 지음/새움·1만3500원

젊었을 때 페미니즘 강의로 명성을 떨쳤던 노교수가 부산 해운대를 찾는다. 그는 호텔방으로 매춘부를 부르는데, 아뿔싸! 이 여자(몽자)는 노교수의 강의를 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기도 했던 학생. 몽자를 알아보지 못한 노교수는 성관계 도중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죽어간다. 몽자는 “교수님, 이게 페미니즘인가”라고 빈정대며 그의 죽음을 방치한다.

한국 추리문학의 거장으로 이제 70대 중반이 된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에 내재된 위선과 악마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자 한다. 그가 해운대에 주목한 이유는, 해운대가 1년 내내 관광객들이 찾는, 백사장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지만 이곳을 무대로 한 작품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현실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슬프지만 허탈한 웃음을 자아내는 17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밤의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여인과 비탄에 젖은 사내의 눈물 (…) 해운대 바다는 이 모든 것을 감싸주고 침묵한다. 참을 수 없는 나는 그들에게 해운대 엘레지를 들려줄 생각이다. 구슬픈 가락으로.” 저자의 서문이 인상적이다. 방송에 출연해 당연한 말을 했다가 몰매를 맞는 남자, 국회의원 당선을 코앞에 둔 형부와 불륜을 저지르고 결국 그를 파멸시킨 여자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재밌게 써냈다.

김경무 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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