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육아를 부탁해
조혜자 지음
사우 펴냄·1만2500원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맞벌이 가정 510만 가구 중 250만 가구(49%)가 조부모에게 육아를 맡기고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보육 시설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맞벌이 부부에게 조부모의 존재는 든든함 그 자체다. 그러나 조부모가 아이를 맡아 준다고 해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아이를 맡기는 부부나 아이를 도맡아 키우는 조부모나 서로에게 섭섭해하고 불만족스러워해 충돌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손주들을 돌보는 조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자녀를 키울 때와는 시대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손주들을 키우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런데 자식들은 항상 조부모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자식을 맡기는 부부는 조부모가 자신들의 육아 원칙을 충실히 지켜주는 완벽한 대리 양육자가 되기를 원하지만, 조부모는 과거의 방식만을 고수하므로 답답하기만 하다. <심리학자 할머니의 손주 육아법>(사우 펴냄)은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조부모와 부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지은이 조혜자씨 역시 멀리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을 위해 미국까지 가 손주를 대신 봐준 경험이 있다. 아이들의 발달을 연구한 발달심리학자이기도 한 조씨마저도 할머니 노릇은 몹시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책에서 당시 손주를 키울 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또 실수도 하면서 하나하나 손에 익혀갔다”며 “왜 할머니 노릇에 대한 책은 없는지 참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은 조씨의 살아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먼저 손주를 키워본 선배 할머니로서 조부모들이 손주들을 키우기 전후로 겪는 각종 심리적 갈등에 대해 짚고, 어떻게 하면 자부심을 가지며 즐겁게 손주를 키울 수 있는지 알려준다. 조씨는 “할머니는 아이 엄마가 아니다”라며 아이의 부모가 원하는 교육관을 따르면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강조한다. 또 할머니 자신의 신체적·심리적 건강이 중요하다는 점도 짚는다. 너무 오래전에 아이를 키워봐 이제는 가물가물한 각종 육아 상식도 콕콕 짚어준다. 조부모 육아 교실이 인기이고 강남권에서는 조부모끼리 ‘육아 과외’도 받는 현실에서 이 책은 조부모들에게 좀 더 자존감을 갖고 조부모 육아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해줄 것이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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