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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야기 씨앗’ 한가득…열두살 소년의 모험

등록 2015-06-18 20:29

그림 사계절 제공
그림 사계절 제공
레니와 빌리의 빨간 풍선
김남진 글·그림/사계절·1만4000원

아이들은 이야기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이야기 씨앗’을 한가득 품은 열두 살 소년의 모험담을 그린 이 책은 호기심 많은 아이뿐 아니라 딱딱한 껍질 속에 웅크리고 있을 어른에게도 용기를 주고 손을 내민다. 모험 소년 빌리 판타지아와 열기구를 타고 모험을 떠나 보자고.

미지의 세계를 실어나르는 빨간 풍선 열기구는 삼촌 레니 판타지아의 ‘자가용’이다. 열기구를 타고 먼 곳을 돌아와 환상의 이야기쇼를 벌이는 그는 이야기 듣기를 좋아해 귀가 커진 ‘큰귀 마을’ 사람들의 영웅이다. 삼촌의 이야기쇼가 열리던 날, 빌리도 삼촌을 따라 가보기로 결심한다. 너무 어려서 안 된다는 삼촌 몰래 작은 상자를 삼촌 열기구에 매달아 하늘로 떠오르기 성공! 여느 모험담처럼, 집을 나서면서부터 미숙한 아이는 위험 속에 내던져진다. 하지만 ‘이야기밥’을 먹고 자란 빌리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작은 상자가 바다 위에 추락했지만, 챙겨온 우산을 펼쳐 배로 만들고 풍랑 속에서 인어족을 만나 도움을 구한다. 매일 쉬지 않고 춤추고 노래하는 잔치마을에서의 쾌락도 잠시뿐, ‘아무도 아닌 누구’와 만나 ‘어디에도 없는 마을’의 ‘방인 듯 아닌 듯한 곳’에서 차를 마시기도 한다. 유쾌발랄한 상상에도 심오한 인생지사가 느껴진다. 감자 마을, 세쌍둥이 마을, 부끄럼쟁이 마을, 아코디언 마을을 돌아, 큰귀 마을로 돌아온 빌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행지 이야기 수집을 좋아한다는 ‘스토리 컬렉터’ 김남진 작가의 상상력이 알록달록한 사인펜, 마카펜 드로잉에 수채물감과 콜라주 기법을 입힌 그림에 잘 녹아들었다. 가로판형으로 넘기도록 만들었고 제법 두텁지만 쪽수 표시가 없는 점이 이색적이다. 초등학생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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