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역시만필(歷試漫筆)
이수귀 지음, 신동원 외 엮음
들녘·4만2000원 조선시대에 가령, 성과 관련한 질환은 어떤 것이 있었고 사람들은 어떤 치료를 받았을까? 젊고 예쁜 아내를 만나 지나치게 색을 밝히다가 골수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 고통받은 20살의 ‘이생’이라는 사람이 있었고, 병을 치료받던 중 여색을 탐해 죽은 ‘상민’이라는 자도 있었다. 소화계 질환과 관련해서는 위장 입구에 담이 걸려 ‘조잡증’으로 고생한 한진사라는 자도 있었다. <역시만필>은 조선 영조 때 어의를 지냈던 이수귀가 자신이 두루 시험한 것(역시)을 임상 에세이(만필) 형식으로 남겨 놓은 의학책이다.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동의보감, 방약합편, 동의수세보원과 함께 조선의학사의 6대 의서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한다. “전별제(정·종 6품)의 아들은 아직 20세가 되지 않았는데 기녀들에게 심하게 미혹되는 바람에 정을 많이 소진했고, 또 성병의 일종인 색림(色林)을 얻었다. 소변을 볼 때 자주 음경이 아프고…”. 이수귀는 이 책에서 이런 전별제 아들에 대해 “나는 성관계를 갖지 말라고 강력히 경계시키고는, 녹각상환과 삼산육미탕 여덟 첩을 복용시켜 배뇨시 수반되는 통증을 감소시키고, 앞선 처방 가미육미탕 40첩을 또다시 복용하여 조리하고 다스리도록 권했다. 드디어 병의 뿌리가 제거되어 쾌차했다”고 썼다. 출판사는 역시만필을 ‘조선 어의 이수귀의 동의보감 실전기’라고 했다. 지은이의 빼어난 필치가 돋보인다. 환자의 성별, 출신, 경력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어 당시 사회상까지 가늠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김경무 기자 kkm100@hani.co.kr
이수귀 지음, 신동원 외 엮음
들녘·4만2000원 조선시대에 가령, 성과 관련한 질환은 어떤 것이 있었고 사람들은 어떤 치료를 받았을까? 젊고 예쁜 아내를 만나 지나치게 색을 밝히다가 골수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 고통받은 20살의 ‘이생’이라는 사람이 있었고, 병을 치료받던 중 여색을 탐해 죽은 ‘상민’이라는 자도 있었다. 소화계 질환과 관련해서는 위장 입구에 담이 걸려 ‘조잡증’으로 고생한 한진사라는 자도 있었다. <역시만필>은 조선 영조 때 어의를 지냈던 이수귀가 자신이 두루 시험한 것(역시)을 임상 에세이(만필) 형식으로 남겨 놓은 의학책이다.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동의보감, 방약합편, 동의수세보원과 함께 조선의학사의 6대 의서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한다. “전별제(정·종 6품)의 아들은 아직 20세가 되지 않았는데 기녀들에게 심하게 미혹되는 바람에 정을 많이 소진했고, 또 성병의 일종인 색림(色林)을 얻었다. 소변을 볼 때 자주 음경이 아프고…”. 이수귀는 이 책에서 이런 전별제 아들에 대해 “나는 성관계를 갖지 말라고 강력히 경계시키고는, 녹각상환과 삼산육미탕 여덟 첩을 복용시켜 배뇨시 수반되는 통증을 감소시키고, 앞선 처방 가미육미탕 40첩을 또다시 복용하여 조리하고 다스리도록 권했다. 드디어 병의 뿌리가 제거되어 쾌차했다”고 썼다. 출판사는 역시만필을 ‘조선 어의 이수귀의 동의보감 실전기’라고 했다. 지은이의 빼어난 필치가 돋보인다. 환자의 성별, 출신, 경력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어 당시 사회상까지 가늠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김경무 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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