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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다음 생에는 바꿔 태어나길

등록 2015-03-05 20:13수정 2015-03-05 20:13

잠깐독서
조선의 부부에게 사랑법을 묻다
정창권 지음/푸른역사·1만5000원

추사 김정희(1786~1856)는 네살 아래의 아내 예안 이씨를 무척 사랑했다. 남아 있는 한글편지가 40여통이나 된다. 이씨는 1842년 추사가 홀로 제주도에서 유배중일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추사는 슬퍼하며 ‘도망시’을 짓는데 그 내용이 절절하다. “누가 월하노인께 호소하여/ 내세에는 서로 바꿔 태어나/ 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서/ 나의 이 서러운 마음을 그대도 알게 했으면.”

역사가 정창권 고려대 초빙교수가 조선시대 부부관계를 조명한 책이다. 조선시대를 생각하면 흔히 가부장적 부부관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에 소개된 열쌍의 부부는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아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암일기>로 유명한 미암 유희춘은 58살이던 1570년, 홀로 한양에서 벼슬살이를 할 때 아내 송덕봉에게 “3~4개월 동안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았으니, 당신은 갚기 어려운 은혜를 입은 줄 알라”고 자랑하는 편지를 보낸다. 송씨가 보낸 답장이 만만치 않다. “나이가 60이 가까우니 만약 그렇게 한다면 당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크게 이로운 것이지, 결코 내게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니오.” 그 뒤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혼자서 얼마나 어렵게 장례를 치렀는지 서술하며 “당신이 몇달 동안 독숙한 공을 내가 했던 몇가지 일과 서로 비교하면 어느 것이 가볍고 어느 것이 무겁겠소”라고 따진다. 미암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부인의 말과 뜻이 다 좋아 탄복을 금할 수 없다”고 ‘꼬리를 내린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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