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육아를 부탁해
김보성·김향수·안미선 지음/오월의 봄 펴냄·1만3천원 모성은 본능인가, 만들어지는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사회학자, 여성학자, 작가인 저자들은 <엄마의 탄생>에서 ‘엄마 노릇’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살펴본다. 많은 사람들이 엄마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낯설게 만들어 여성들이 어떤 기제를 통해 현재의 엄마 모습으로 탄생하는지 다룬다. 1996년 처음 국내에 도입된 산후조리원은 이제는 산모 2명 중 1명이 이용한다. 저자들은 이 산후조리원을 ‘규격화된 엄마’를 만들어내는 장소로 지목한다. 저자들의 프레임으로 바라본 산후조리원은 그야말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다. 벨이 울리면 단체복을 입은 여자들이 어기적어기적 방에서 걸어 나와 복도를 따라 식당으로 향한다. 입소 순서대로 무리를 지어 식탁에서 밥을 먹는다. 밥을 먹은 뒤 여성들은 각방에 들어간다. 산후조리사들이 방들을 순회하며 모유수유 상황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완전 모유수유와 직접 수유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모유수유의 고통을 말하거나 여러 사정으로 모유수유를 중단하기라도 한다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다는 불안과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분위기다. 여성은 모유수유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난생처음 엄마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여성들의 여러 감정과 생각 등은 억압된다. 산후조리원에서는 또 각종 교육과 프로그램을 빙자해 육아 상품 판매가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그렇게 해서 과학이라는 이름을 빙자한 소비주의적 모성이 탄생한다. 저자들의 분석과 해석을 읽다 보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여기던 산후조리원이 다르게 보이면서 ‘내가 알고 있는 모성이 진실일까’라는 질문이 저절로 떠오른다. 어쩌면 많은 엄마들은 사회나 자본이 요구하는 ‘거짓 모성’을 진짜라고 생각하며 ‘거짓 인생’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이외에도 저자들은 공론화되지 않은 산후우울증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지 생생한 여성의 육성을 통해 들려준다. 매 장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실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심층 인터뷰는 엄마가 되어서 여성들이 겪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들은 또 빽빽한 아파트로 가득 찬 도시라는 공간에서 모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살피고, 과학육아 확산으로 ‘과학적 모성’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분석한다. 성장앨범과 돌잔치 등 관혼상제가 어떤 식으로 상업적 프로젝트가 됐는지도 살피고, 유아기까지 내려온 사교육 문제도 짚는다.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임신·출산·육아 과정들은 엄마 노릇을 어떻게 여성 스스로 주체적으로 만들어갈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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