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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골프로 본 현대 중국의 미시사

등록 2014-12-18 21:00수정 2014-12-18 21:36

금지된 게임
댄 워시본 지음, 이시은 옮김
비즈니스맵·1만4000원

중국에서는 단지 무언가가 금지됐다는 이유만으로 유행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골프도 그렇다. 여전히 부자들의 운동으로 금기시하면서도 한켠에서는 전성기를 구가하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에서 ‘녹색 아편’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골프는 1949년 공산당이 집권한 뒤 너무 부르주아적이라고 판단해 오랫동안 금지돼 왔다. 1980년대 초반에 와서야 개혁개방 정책의 일환으로 허용됐고, 그 뒤로는 주로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정치권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금기사항으로 남아 있다. 중국에서 골프를 치려면 큰돈이 들기 때문에 국민 대부분의 머릿속에서 골프는 곧 부정부패를 연상시킨다.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는 공무원이 골프를 칠 만한 경제적 여유를 갖기가 힘들다는 사회적 통념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중국에서는 수백개의 새로운 골프장이 문을 열었다. 2010년에 중국의 골프장 수는 600개가 넘어 2005년에 비해 세배로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2004년부터 신규 골프장 건설을 법으로 금지했는데도 말이다. 다만 골프 열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아직 중국에서는 거의 10억명의 중국인이 하루 5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간다. 그런데도 골프장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골프장은 가난한 농촌 지역에 건설될 때가 많아서 호화로운 리조트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판잣집과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극명히 대조되는 두 세계가 충돌하면서 골프는 부자들의 운동이라는 인식이 점점 굳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골프가 중국에 전파되는 과정에 휘말리게 된 세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두 사람은 중국에서 태어났고, 한 사람은 이전에 중국에서 살게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 서양인이다. 지은이는 중국의 기묘한 골프계에 긴밀히 얽혀 있는 세 사람의 삶을 추적하며, 현대 중국의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골프를 신중산층에 진입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농부 출신의 프로골퍼 저우와, 대규모 골프장이 이웃에 들어서는 바람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 농민 왕리보, 대단히 정치적인 기업환경 속에서 수완 좋게 버텨가면서도 여전히 베이징 ‘골프 경찰’의 눈치를 살피는 골프장 개발업자 미국인 마틴이 그들이다. 농민 왕리보는 자신의 뒷마당에 골프 개발업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마틴은 힘닿는 데까지 골프장 건설 붐에 편승하려 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소작농에서 보안요원을 거쳐 프로골퍼로 영화 같은 인생역전을 이룬 저우가 있다.

이 책은 큰 접근법이 아니라 골프라는 작은 접근법을 통해 중국의 현대를 들여다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골프로 본 ‘현대 중국의 미시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서구인인 저자의 눈에 새롭게만 보이는 것들이 한국인인 우리 눈에는 바로 엊그제 일처럼 무척 익숙하게 느껴지는 대목들이 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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