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이병민 지음 옮김
우리학교·1만6000원 온 국민이 영어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출구가 안 보이는 나라. 영어전일유아학원에 영어를 내세운 놀이학교…. 영어조기교육의 광풍은 갓난쟁이까지 포섭하고 있다. ‘영어공화국’ 대한민국의 난맥상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초·중·고 영어교과서 대표저자인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까’보다 ‘우리는 왜 영어를 못할 수밖에 없는가’에 주목한다. 그의 ‘1만1680시간 노출’ 가설에 근거하면, 하루 한시간씩 영어로 듣고 말하는 상호작용을 해도 무려 32년이 걸려야 영어가 된다. 하지만 학교에서 10년간 영어를 배우는 시간은 고작 970여시간. 영어권 국가가 아닌 한 한계가 분명하다.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인위적인 몰입공간을 찾아가야 하니, ‘고비용 저효율’이 될 수밖에 없다. 영어가 필요한 집단은 누구인데, 온 국민에게 무한경쟁의 영어교육을 강요하나? “영어교육을 둘러싼 매크로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영어 능력이 필요한 기업이나 대학 관련학과가 그런 인재를 길러내는 데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영어교과서 난이도 또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해 수능 수준은 미국 대중 일간지를 속독하는 정도라야 풀 수 있다. 사교육으로 간극을 메운 이들에게만 ‘물수능’일 뿐이다. 적게 교육시키고 어렵게 평가하는 모순도 지적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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