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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변방의 눈으로 현대 중국을 보다

등록 2014-11-13 22:31수정 2014-11-14 19:39

중국 윈난 서북부에 관광지대로 조성된 ‘샹그릴라’는 1920년대에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인 탐험가 조지프 록이 탐사한 지역이다. 당시 현지 나시인들의 호위와 도움을 받으며 식물을 수집해 미국에 보낸 록은 서구중심주의 시각으로 그곳을 묘사했다. 푸른역사 제공
중국 윈난 서북부에 관광지대로 조성된 ‘샹그릴라’는 1920년대에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인 탐험가 조지프 록이 탐사한 지역이다. 당시 현지 나시인들의 호위와 도움을 받으며 식물을 수집해 미국에 보낸 록은 서구중심주의 시각으로 그곳을 묘사했다. 푸른역사 제공
기존 중국역사 해석 뒤집기 도전
청나라는 만주-한-몽골족 연합
현대중국의 중화제국 만들기
유장근 지음/푸른역사·3만5000원

‘청나라의 무능으로 아편전쟁의 참패를 당하고, 서구와 일본 제국주의의 괴롭힘을 당하며 100년간 치욕의 반식민·반봉건 시기를 겪다가, 공산당 혁명 뒤 강국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중국’

중국 근현대사의 ‘진리’로 배워온 이 역사 해석은 만들어진 ‘신화’다. 서구 역사학계는 이를 통해 스스로는 근대화할 능력이 없었던 낡은 중국이 서구의 충격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는 이미지를 만들었고, 중국 공산당 역시 마오쩌둥 사상과 한족 중심주의를 뒤섞어 ‘역사의 구원자’로서의 공산당 통치의 정통성을 만들어 왔다.

중국 민간결사와 변방의 역사를 연구해 온 유장근 경남대 역사학과 교수의 <현대중국의 중화제국 만들기>는 ‘주변적 시각’으로 기존의 역사 해석에 도전한다. 한족 중심의 세계가 아닌 변방과 소수민족의 삶, 민간조직 등을 통해 새로 들여다본 중국은 “18세기 이후 지금까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제국이며, 중화인민공화국은 청의 후예인 중화제국”이다. “18세기 근대의 상속자로서 현대중국은 상당 부분 청대의 유산을 공산체제라는 변형된 국가체제 속에서 계승하고 있다”는 그의 해석은 최근 미국 학계의 ‘신청사(New Qing history) 학파’의 연구 성과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에 맞설 만큼 성장한 ‘강한 중국’에 대한 관심과 경계감, 고민도 함께 드러난다.

만주족이 세운 청은 ‘한족에 동화돼 고유의 정체성과 문자를 잃고 몰락한 허약한 왕조’가 아니었다. 만주족과 한족, 몽골과의 연합정권으로서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등 변방의 소수민족 지역을 군사적으로 정복하고 식민화하였고, 그 결과 중국 역사상 최대의 영토를 통치했다. 청은 당시의 오스만제국, 러시아제국, 무갈제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던 제국이었다.

특히 청은 18세기 이후 급증한 인구의 압력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급격하게 영토를 확장해 그곳의 자원을 착취했다. 1650년대 무렵 중국의 인구는 1억600만명 정도였는데 1779년에는 약 2억7500만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광활한 변방 영토를 점령하고 내지의 주민을 대거 이주시킨 것은 과잉 인구 문제를 풀고, 중원지역에 필요한 자원을 도입하려는 것이었다. 원주민들의 삶의 방식은 밀려나고, 과도한 농업 개간과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가 뒤따랐다.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은 청의 광대한 영토를 이어받았을 뿐 아니라, 변방의 티베트, 신장 등에서 계속되고 있는 한화(漢化) ‘식민정책’, 생태와 자원에 대한 극단적인 착취 등의 면에서 청의 ‘유산’을 또다른 방식으로 계승하고 있다. 대약진과 문화대혁명 시기에 중국 정부가 변경의 구석구석에 군대, 청년, 노동자들을 보내 개발하게 했고, 한족 인구의 대규모 유입으로 원주민 생태계의 파괴는 더욱 심각해졌다. 중국 서북지역의 사막화와 황사도 원주민들과 달리 자원을 착취하는 중국 정부 정책의 부작용이다.

이 책은 역사 연구서이지만, 오랫동안 직접 찾아다니며 살펴본 중국 소수민족 지역의 삶, 영화, 한국인들의 중국 여행기 분석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중국의 역사와 현재에 다가가려 한다. 2000년대 들어 중국 당국이 윈난 북부에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이상향 샹그릴라를 관광단지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오리엔탈리즘적인 태도를 읽고, 깊숙한 변경 지역에 한족 사회를 체계적으로 이식하는 사업임을 지적한다.

청대의 종교정책과 민간 종교결사의 긴장을 오늘날 중국 사회 속에서도 읽어낸다. 1990년대 초 민간종교와 유신론적 기공을 결합해 등장한 파룬궁은 중국 지도부의 지지 아래 급성장하다가 ‘국가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갑자기 탄압의 대상이 됐다. 지은이는 “민간결사의 전복적 성격에 위협을 느끼고 탄압하던 청대 종교 정책이 오늘날 중국 정부에서도 연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아울러 천안문 시위 유혈진압에 대해서도 “정부에 도전한 인민에게 비도, 폭도 따위의 명칭을 붙이던 왕조시대의 전통”을 그 뿌리로 지적한다.

지은이의 ‘변방의 시각’은 “주변부 마산”에서 30년 동안 중국 근대사를 연구해온 저자의 고민에서 자라났다. 이 고민은 ‘우리에게 중국은 어떤 의미인가’란 질문으로 이어진다. “한반도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중국은 오랫동안 타자이면서도 자기 정체성의 일부이기도 했다. 중국은 18세기에도 우리에게 G1국가였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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