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곤경에 빠진 제국
티모시 브룩 지음, 조영헌 옮김
너머북스·3만원 쿠빌라이 칸이 남하하여 중국을 정복했던 13세기, 아시아도 유럽처럼 소빙하기 가운데 놓여 있었다. 1630년대 두번째 강추위와 함께 가뭄이 대륙을 휩쓸었을 때, 명왕조는 더는 버틸 힘을 잃고 침략자 만주족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제국의 멸망에 기후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적다. 이처럼 새로운 시각의 역사해석은 이 책의 미덕이다. 황제 중심의 이야기보다는 일반 서민들의 삶과 경험을, 정치적 변화상보다 일상생활과 물질문명에 일차적인 관심을 기울였다. 도시화, 가족, 여성과 남성, 의례와 살림살이, 서적, 가구, 믿음 등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원·명 시대의 삶이 어떠했는지 오롯이 담아낸다. 수많은 지방지와 문집자료에서 추출한 아주 작은 에피소드 몇가지를 가지고도 당시 광범위한 사회 경제적 변화상을 요약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기법이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명·청이 아니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원과 명을 한 권에 담아낸 것도 흥미있는 시도다. 이 책은 전체 6권으로 구성된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의 제5권에 해당하는 원과 명 역사의 개론서다. 최초의 제국 진부터 송 왕조까지를 다룬 네권 역시 곧 출간될 예정이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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