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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액정화면의 편리함이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

등록 2014-09-14 20:32

<유리 감옥>
<유리 감옥>
9월 15일 교양 잠깐독서

유리 감옥
니콜라스 카 지음, 이진원 옮김
한국경제신문·1만6000원

내비게이션 덕분에 길 찾는 수고 없이도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게 됐지만, 운전자는 자신이 가는 곳의 진짜 위치와 경로를 모르게 되었다. 지도를 읽고 여정을 그려본 뒤 수십마력의 기계를 구동시키던 행위가 그저 내비게이션의 명령에 따라 핸들을 조향하는 단순행위로 바뀌었다. 구글의 무인운전 자동차가 예고하듯 미래에는 그 단순조작마저 사람 몫이 아니다.

기술 덕분에 사람의 개입과 조작 없이 많은 것이 자동처리되는 세상은 설계자이자 사용자인 사람을 더 현명하고 유능한 존재로 만드는가, 반대인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정보화 시대에 인간의 사유능력이 퇴화하고 있다고 주장한 미국의 디지털 비평가 니콜라스 카가 4년 만에 ‘자동화’를 주제로 한 책을 들고 나타났다. 전작이 인터넷과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이 인간사고를 대체하면서 나타난 인지적 현상에 주목했다면, <유리감옥>은 일련의 알고리즘을 시스템에 내장한 자동화 기술이 인간 능력에 끼친 여러 영향을 조명한다.

자동화는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이 기계에 의존하도록 했지만, 기술과 기기에 대해 알 수 없도록 만들었다. 스마트폰 액정화면이라는 유리감옥은 편리함을 대가로 인간의 사고와 능동성을 무력화하고 있다. 자동화 기술로 인해 우리는 자유로워진 게 아니라 쇠약해진 것일 따름이라는 게 지은이의 지적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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