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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센스있는 엄마는 책 선택도 다르다

등록 2014-08-06 09:31수정 2018-09-17 17:38


파워블로거들이 추천하는 육아책들

기본기 탄탄하고 임상 사례 풍부
전통의 육아법 지혜 배울 수 있어
지침 주기보다 스스로 깨닫게 해줘
그림책은 아이와 떠나는 신비여행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육아서는 정보제공자이며 친구이며 멘토 구실을 하고 있다. 한 대형 서점의 육아서 코너에서 아이를 안은 엄마가 책을 둘러보고 있다.  정용일 기자 <A href="mailto:yongil@hani.co.kr">yongil@hani.co.kr</A>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육아서는 정보제공자이며 친구이며 멘토 구실을 하고 있다. 한 대형 서점의 육아서 코너에서 아이를 안은 엄마가 책을 둘러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육아서를 읽는다. 아이가 어떻게 크는지, 어떻게 아이를 돌보고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부모의 역할이 버거울 때 위로를 받거나 힘을 얻기 위해 육아서를 손에 들기도 한다. 20세기 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하나로 <스폭 박사의 육아서>가 꼽힐 정도로 육아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 최근에는 육아서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고 있어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난감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육아 분야의 파워블로거 네 명에게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육아서는 어떤 책이냐’고 물었다. 추천하는 이유도 함께 들었다. 파워블로거들이 추천하는 육아서는 어떤 책인지 살펴본다.

‘칼다방’ 카페지기 이계정(45)

회원 3만3000명에 이르는 네이버 육아 카페 ‘칼다방’의 카페지기다. 8살, 4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칼다방’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독서를 강요하는 것에 비판적이고, 부모의 올바른 육아 철학 정립을 강조하는 카페다.

추천 책: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노경선 지음, 예담 펴냄)

추천 이유: 자식이 마흔 되기 전에는 자랑하지 말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있다. 아직 미성숙한 어린아이들은 커가면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섣부른 기대도 자랑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요즘은 아이 한둘 키워본 사람이, 그것도 이제 겨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앞다투어 자녀 교육 성공담을 책으로 펴낸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소위 ‘만들어진 영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가 순종적인 성향일 경우, 부모의 학습 강요가 더러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육아서 속의 아이들은 많은 경우, 아이의 인권이 우려될 정도의 환경에 놓여 있음을 본다. 전인적인 성장을 이루어야 할 나이에 많은 것들을 희생당한 채 책으로 둘러싸여 수학이나 영어를 꽤나 한다고 해서 그것이 책까지 내서 두루 권장할 일이란 말인가?

최근의 육아서가 보이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좋은 육아서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 내게 딱 한 권의 육아서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을 추천한다. 소아정신과 분야 최고의 명의인 지은이는 수많은 임상과 사례들을 통해 자녀교육 노하우를 담았다. 아이들 심리와 인성발달을 아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학자로서의 전문 지식만이 아니라 장성한 자식들을 둔 아버지의 지혜를 엿볼 수 있어서 집안 어른의 조언을 듣는 듯한 든든함도 느껴졌다. 기본이 탄탄한 다음에야 이런저런 정보들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세대가 단절되어 웃어른들의 지혜를 배울 수 없는 요즘, 육아서를 꼭 읽어야 한다면 우선 기본에 충실한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베이비트리 필자 신순화(44)

네이버 육아 파워블로거이자 베이비트리 필자다. 12살, 8살, 5살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조산원과 집에서 아이를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렵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중이다.

추천 책: <오래된 미래, 전통 육아의 비밀>(김광호·조미진 지음, 라이온북스 펴냄)

추천 이유: 아이 키우던 초보 엄마 시절, 유명하다는 육아서를 열심히 읽다 집어치웠다. 내 아이랑 하나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육아서를 치우고 나니 내 아이가 더 잘 보였고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키우는 것이 아이와 나를 더 편하게 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인기 육아서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엄마들에게 이 책은 우리 전통 속에 깃들어 있는 애착 육아의 지혜들이 과학적으로도 더 우수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육아가 힘든 것은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넘치는 육아 정보들은 내 아이를 이해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 우리의 전통 속에 이미 가장 훌륭한 애착 육아의 원형이 다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면 한결 편안하게 아이를 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이 아는 엄마보다 많이 안아주는 엄마를 아이는 더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최신 육아 정보를 검색하느라 품 안에 있는 아이와 눈 맞출 새도 없는 엄마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육아빠’ 정우열(35)

정신과 전문의이자, ‘육아빠’라는 필명으로 아빠육아 관련 글과 아이 심리나 부모 심리 관련 글을 쓰고 있다. 3800여명의 구독자가 있는 ‘정신있는 육아빠의 블59’ 블로그를 운영중이며, 페이스북에서도 ‘육아빠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3살, 2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추천 책: <부모로 산다는 것> (제니퍼 시니어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추천 이유: ‘아이를 키우는 것이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에 바로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분명 행복하지만 엉켜있는 실타래처럼 복잡한 감정들이 동시에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첫째 출생 때부터 9개월간 전업아빠로 지냈고 현재는 두 아이의 주양육자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만났던 엄마들에 대한 기존 관점은 전업육아 이후 완전히 뒤바뀌었다. 주양육자로서 겪게 되는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엄마들이 왜 전문가의 권유대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지 깨닫게 됐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책은 제니퍼 시니어의 <부모로 산다는 것>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육아’가 아닌 ‘부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수천종의 육아 서적들이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뤘지만 아이가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루진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원제인 <올 조이 앤드 노 펀>(All Joy And No Fun)은, 주양육자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을 역설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이 책은 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진 않지만 풍부한 연구 및 리서치 자료를 근거로 제시함으로써 부모로서 경험하는 복잡한 생각과 느낌이 꽤 보편적이라는 것을 독자 스스로 깨닫게 해준다. 이것은 명확한 답을 유보하고 스스로 깨닫게 해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숙련된 상담가의 상담 과정과도 비슷하다. 이 책은 특히, 이론대로 실제 육아가 되지 않아 무력감에 빠진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박은영(42)

회원수 4만5000여명에 이르는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10년차 카페지기다. 13살, 6살 두 딸아이의 엄마이자 문학박사이며, 그림책과 관련한 여러 책을 냈다. 그림책을 통해 부모들이 아이들과 더욱 교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추천 책: <어린이와 그림책> (마쓰이 다다시 지음, 샘터사 펴냄)

추천 이유: 어쩌다 보니 책 읽어주기를 육아의 모든 것인 양 호언장담하는 분위기다. 부모들은 철석같이 믿고 싶어 한다. ‘일찍’부터 ‘많은’ 책을 읽고 또 읽어주는 것만으로 나의 아이는 이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수월히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무비판적이며 맹렬한 독서를 강조하는 지금의 분위기에서, 정작 우리는 그림책 읽어주기의 본질적 가치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가?

세계적인 아동문학 전문가인 일본의 마쓰이 다다시는 <어린이와 그림책>에서 그림책을 왜 그리고 어떻게 읽어주어야 하는지에 관해 들려준다. 그는 말한다. 그림책을 읽어준다는 행위는 어른과 아이가 정신적으로 손을 잡고 떠나는 신비한 여행이라고. 이러한 정신적인 따사로움과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일이야말로 그림책이 존재해야 할 의미라고.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그림책을 매개로 한 부모와 아이 사이의 대화, 그 대화를 통한 소통, 소통을 통한 교감을 뜻한다. 특히 그림책이라는 미적 대상물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일상적 소통과는 다른 층위의 정서적 상호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결코 ‘맹렬한 다독’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찌 맹탕같이 읽은 열 권과 진하게 읽은 한 권의 가치를 비교하고 따질 수 있을까?

그림책을 ‘어린이에게 이로운 어떤 것’이 아닌 그냥 ‘즐거운 것’이라는 마쓰이 다다시의 말을 곱씹어 본다. 내 아이가 옆집 아이보다 더 수준 높은 책을, 더 많이, 더 빨리 읽기를 바라는 마음이 스멀거릴 때 이 책을 읽어 보길 바란다. 그림책 읽어주기가 아이와 부모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목적과 방법론을 건강하게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기획·정리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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