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최장집, 참여정부 비판엔 ‘역사’ 가 있다

등록 2005-09-09 18:39

2002년 대선 앞두고 현실정치 관련 발언 재개
경제·사회갈등 대안 부재, 여권에 주문·충고 쏟아내
2003년 3월에 이미 지역주의 접근방식 경고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개정판 후기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구도 극복 구상을 비판(<한겨레> 9월3일치 1면)한 것이 논란을 일으켰다.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도착된 논리”라며 최 교수를 반박했다. 보수 언론은 예의 ‘진보학자의 노무현 비판’에 초점을 뒀다. 여러모로 ‘최장집 제대로 읽기’가 필요한 때다.

최 교수의 참여정부 비판에는 ‘역사’가 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초판은 김대중 정부의 집권 막바지인 2002년 11월에 나왔다. 거칠게 요약하면 “사회경제적 균열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당 체제의 작동이 민주주의 심화의 핵심”이라는 주장을 담았다. 최 교수가 지적한 ‘민주주의의 위기’는 다분히 ‘김대중식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지적이었다. 동시에 차기 정부에 대한 전망과 기대를 담은 것이었다.

그 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최 교수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기고했다. 1998년 <월간조선>의 ‘사상검증’ 이후 (지금까지도) 언론 접촉을 피해온 그로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젊은 세대와 서민 대중의 투표참여”를 촉구한 이 글에서 그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이번 대선과 2004년 총선을 통해 사회의 요구·이익에 깊이 뿌리내리는 정당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2003년 여름, 청와대가 공개한 노 대통령의 휴가 독서목록에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포함돼 있었다. 적어도 2004년 상반기까지, 최 교수는 그 책의 문제의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교수신문>에 기고한 글에서는 의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의회 다수파와 극우세력의 동맹이 민주화의 결과로 성립한 헌정체제를 공격·마비시켜 중대한 손상을 일으켰다”고 썼다.

1987년 6월 항쟁을 대표하는 구호는 직선제 개헌이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대통령 직선제로 표상되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노동문제로 집약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심화시키려는 이론적 시도다. <한겨레> 자료사진.
1987년 6월 항쟁을 대표하는 구호는 직선제 개헌이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대통령 직선제로 표상되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노동문제로 집약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심화시키려는 이론적 시도다. <한겨레> 자료사진.


그러나 총선 승리 이후에도 열린우리당이 지지부진한 행보를 거듭하던 지난해 가을 이후 최 교수는 ‘주문’과 ‘충고’를 시작했다. 10월 계간 <아세아연구> 가을호에서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한국 민주주의는 공허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썼다. 12월 고려대 386세대 송년회 기념강연에선 “대안을 만들지 못하면 기득권 세력에 흡수된다”고 경고했다.

올 1월 <한겨레> 신년 인터뷰에서는 “노동문제·사회경제 문제 등 한국 사회 핵심균열에 대해 현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인터뷰를 마친 뒤 최 교수는 “올해는 할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할 이야기’를 거의 매달 쏟아놓았다. 지난 3월 출간한 <위기의 노동>에서 “민주정부-경제관료-재벌 동맹의 총체적 실패”를 지적했다. 4월 코리아연구원 개원식 특강에서 “정부의 핵심세력이 된 386 인사들의 현실적 대안을 만들 실력 결핍”을 지적했다. 5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창립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재벌에게 국가가 봉사하는 ‘재벌-국가 동맹’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개정판은 그런 비판의 한 ‘절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최 교수가 지난 2003년 3월, 이미 참여정부의 지역주의 접근방식을 경고했다는 사실이다. 정부 출범 100일 기념 토론회에서 그는 “개혁목표를 지역주의와 반부패에 둔다면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2년6개월 전의 차분한 충고는 지금 강경한 비판이 됐다.

공교롭게도 최 교수의 주요 저작은 역대 정부의 임기와 관련이 있다. <한국민주주의의 이론>(한길사)은 김영삼 정부 출범 직전에 출간됐다. <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나남)은 97년 대선을 앞둔 96년 여름에 나왔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김대중 정부에 대한 평가였다. 이제 참여 정부만 남았다.

9월부터 안식년을 시작한 최 교수는 이르면 내년 여름 <민주주의와 민주주의가 아닌 것>(가제)을 출간할 예정이다. 엘리트·법·시장·도덕 등 민주주의의 여러 쟁점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무래도 독자의 관심은 참여 정부 시기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최종적 결론이다.


이를 예고하듯 최 교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개정판에서 애초 초판에 실렸던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대목을 없앴다. 자유주의가 신자유주의로, 공화주의가 헌정주의로 ‘단순 귀결’되는 한국적 상황에서 민주주의 그 자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 변화”의 결과다. 현재 최 교수는 가족들과 함께 잠시 미국에 머물고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