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내 곁에 있던 물건이 나를 기억해준다

등록 2014-03-16 19:47

<사물 유람>
<사물 유람>
3월 17일 출판 잠깐독서
사물 유람
현시원 지음
현실문화·1만6500원

독립 큐레이터이자 현대 미술 연구자인 현시원이 일상에서 만난 32개의 사물을 책 속으로 옮겨와 전시회를 열었다. ‘사물 전시관’의 도슨트(전시 안내원)로 나선 그는 때론 옛날 신문을, 철학자 롤랑 바르트와 발터 베냐민의 글을 현미경 삼아 사물에 적체된 지층을 더듬는다. 그제야 사물은 자기가 잘못된 시간에 불시착한 이방인이거나 욕망이 내뱉은 허망한 농담이었음을 고백하기 시작한다. 눈사람, 진동 알림벨, 국회 의사봉은 의미 세계를 구축한 예술 작품으로 재배치된다.

서울 종로구 사직단 입구에 서 있는 안내도는 큐레이터의 눈길을 끈다. 아마추어 화가가 그린 듯한 이 그림 지도는 목표지와 가는 길이라는 목적에 충실하고자 공간에서 질문과 대화를 뺀 ‘근대의 지도’가 아니다. 이 지도는 산책자의 시선으로 길에 서 있는 수십명의 사람들을 섬세하게 보존해뒀다. 과정과 세부를 빼놓지 않았던 조선시대 고지도에 가깝다. 안타깝게도 이 ‘고지도’는 목표와 방법만을 담은 근대의 지도로 2013년에 교체되고 만다.

관람객들은 그동안 시간과 함께 사라졌다고 생각한 나 자신을 내 곁에 있는 사물이 간직하고 있었음을 새삼 깨달으며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현시원과 함께 사물 전시관을 한 바퀴 유람한 관람객들은 곁에 있는 사물들을 골똘히 들여다보다 괜스레 쓰다듬는 습관이 생길지 모른다. <한겨레21>에 ‘너의 의미’란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초고 삼아 새롭게 쓴 글을 묶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노벨상 작가 오르한 파묵 “지금 한국인들의 분노, 바람에 존경 표한다” 1.

노벨상 작가 오르한 파묵 “지금 한국인들의 분노, 바람에 존경 표한다”

예뻐야 뜬다…아이돌을 돈벌이 상품 취급하는 ‘외화내빈 K팝’ 2.

예뻐야 뜬다…아이돌을 돈벌이 상품 취급하는 ‘외화내빈 K팝’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3.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일본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 “K팝의 트렌드 파악 속도 놀라워” 4.

일본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 “K팝의 트렌드 파악 속도 놀라워”

“잘근잘근 밟아…” 흑백요리사 최종 우승 ‘흑수저 셰프’ 사과 5.

“잘근잘근 밟아…” 흑백요리사 최종 우승 ‘흑수저 셰프’ 사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