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비평지들 ‘취임 1년’ 평가 특집
이동연 교수 “정당성 한계 탓
문화주의라는 ‘블라인드’ 이용”
김성일 교수 “낙인과 배제의 정치”
이동연 교수 “정당성 한계 탓
문화주의라는 ‘블라인드’ 이용”
김성일 교수 “낙인과 배제의 정치”
오는 25일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이를 맞아 여러 학술·비평지가 ‘박근혜 정부 1년’을 평가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문화이론 계간 <문화/과학> 봄호는 ‘박근혜와 통치성’ 특집에서 박근혜 정권의 지배체제를 떠받치는 이데올로기와 프레임 등을 집중 분석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박근혜 통치성과 이데올로기의 정치’라는 글에서 “박근혜 통치성을 재생산하기 위해 동원되는 이데올로기는 우익 포퓰리즘, 애국적 국민주의, 문화주의”라며 “포퓰리즘은 통치의 정당화에 동원되는 외부의 프레임으로 작용하고, 국민주의는 특정한 국민주체를 호명하려는 통치 내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고, 문화주의는 박근혜의 강한 통치성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장치로 활용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박 정권의 우익 포퓰리즘은 자유총연맹, 대한민국재향전우회 등 전통적인 우익집단부터 ‘일베’ 같은 우익 네티즌 집단까지 구체적인 주체들이 생산해낸 구체적인 이데올로기”라고 지적한 뒤, 특히 그 양상이 1970년대 영국 ‘대처리즘’ 시대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문화이론가 스튜어트 홀은 대처리즘을 분석하며 우익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빨갱이 위협(red scare) 현상’으로 정의했다. 홀은 우익 포퓰리즘의 확산에 미디어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강조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정부의 강경 노조와의 전쟁 선언-우익집단들의 궐기-보수 언론들의 선전’이라는 삼각동맹이 매우 유기적이었는데, 이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또한 “국가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정당하며, 합의를 위협하는 것은 누구든 국가를 위협하는 셈”이라는 식의 대처리즘 시대 우익들의 국가관은 지금 한국 우익의 국가관과 닮아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박근혜 정권의 우익 포퓰리즘을 고전적 파시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익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물리적, 상징적 폭력을 행사하지만, 그렇다고 국가 대의기구의 완전한 무력화를 시도할 정도로 법 위에 군림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아래 우익 포퓰리즘과 애국적 국민주의는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 “우익 포퓰리즘은 종북 타도, 애국연대, 자유연합이라는 기치 아래 냉전시대 반공사상의 현재화를 주장하며 안보 애국주의로 전환된다.” 이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은 서로 다른 사상과 이념, 가치관과 취향을 가진 개인들의 집합이 아니라 국민주의가 필요로 하는 특정하게 호명된 국민”이라며 “그 국민주의를 구성하는 내적인 이데올로기가 안보주의, 배타적 애국주의”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주요 국정 과제로 ‘문화 융성’을 제시했다. “이런 ‘문화주의’는 박근혜의 정치적 정당성의 모순과 한계를 가리는 일종의 블라인드로 기능하며, 과거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민족문화를 중흥시키고, 정신문화를 부흥하겠다고 했던 문화민족주의의 현대적 버전으로 볼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 세 요소는 박근혜 통치성의 견고한 접착제”라고 결론내린 뒤 “설사 이 통치성이 균열을 보이고 모순이 심화된다 해도 그것이 곧바로 진보진영의 희망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진보진영 내부의 혁신”이라며 “진보의 문화정치는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분노하기에 앞서 먼저 자기 혁신부터 시작하는 감수성과 정념의 정치”라고 말했다.
김성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지배체제 형성과 작동’ 글에서 “박근혜 정부의 ‘2013년 체제’ 구축은 ‘종북 프레임’과 ‘대선불복 프레임’을 통해 낙인과 배제의 정치로 진행됐다”며 “그 결과 대선공약 파기·축소로부터 불신의 시대, 대통령이 주요 현안에 대해 국민과 적절한 소통을 하지 않는 불통의 시대, 지역과 이념의 잣대로 국민을 나눈 분열의 시대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박근혜의 미장센: 박근혜 이미지를 해석하기’(강정석), ‘문화를 보호해야 한다문화융성 시대의 문화적 위기들’(허민) 등이 함께 실렸다.
참여사회연구소에서 펴내는 반년간 <시민과 세계> 상반기호는 ‘박근혜 정부를 묻는다’ 특집에서 정치, 외교, 경제, 복지 등 분야별 분석을 담은 글 5편을 모았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마이동풍과 종북몰이’ 글에서 박근혜 통치전략을 두가지 특징, 즉 대통령이 정쟁의 당사자로 나서지 않는 것과, 이념적 편견을 동원하면서 정치적 반대자를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교란하는 세력으로 낙인찍는 것으로 나눠 분석했다. ‘보수는 왜 김대중보다 노무현을 더 싫어하는가’(이철희), ‘담론의 모순과 정책과의 괴리외교·안보정책’(구갑우) ‘노동없는 창조경제, 민주화되지 못한 경제민주화경제정책’(유철규), ‘증세 없는 복지국가, 안녕들 하십니까조세·복지정책’(이상이) 등의 글도 실렸다.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는 ‘박근혜 1년, 이제 우리가 말해야 할 것’ 특집에서 ‘연합정치의 진전을 위하여’(이남주), ‘진보진영은 북한인권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서보혁), ‘시대 교체와 군사주의의 덫’(이태호) 등 지난 1년 동안 한국 사회의 흐름과 변화를 점검한 뒤, 현재의 민주개혁 세력이 당면한 실천 과제를 분석하는 글들을 실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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