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좌파 문화이론가 스튜어트 홀
영국의 좌파 문화이론가로
인종·성·소수자 이데올로기 분석
가디언 “영국 다문화주의 대부”
인종·성·소수자 이데올로기 분석
가디언 “영국 다문화주의 대부”
197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이른바 ‘문화 연구’(cultural studies)의 창시자 중 한명이자, ‘대처리즘’을 최초로 본격 분석한 영국의 좌파 문화이론가 스튜어트 홀(사진)이 10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향년 82.
1932년 당시 영국의 식민지이던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태어난 홀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으로 건너가 영문학을 공부했다. 식민지 출신 유학생이자 혼혈이었던 홀은 영국에서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느껴야 했다. 2012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홀은 “나는 영국인이 아니고 앞으로도 절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56년 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충격받은 그는 소설가 헨리 제임스에 대해 쓰고 있던 박사학위 논문을 포기하고 대신 정치연구에 주력했다. 그는 1958년 에드워드 파머(E.P.) 톰슨, 랠프 밀리밴드, 레이먼드 윌리엄스 등과 함께 <뉴 레프트 리뷰>를 창간했다. 이 잡지는 이전에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이민, 정체성의 정치, 다문화사회 같은 문제들을 다루면서 이후 권위있는 좌파 잡지로 자리잡았다.
1964년 홀은 리처드 호가트의 초청으로 영국 버밍엄대학 현대문화연구센터에 합류했고, 1968년부터 1979년까지 소장으로 재직했다. 이들은 영국 대학 최초로 ‘문화연구’ 프로그램을 개설하며, 이후 문화연구 붐을 일으켰다. ‘문화연구’는 한 사회의 권력관계와 이데올로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문화, 그중에서도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보고, 텔레비전, 광고, 미디어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했다. 이를 통해 이들은 인종차별, 성차별, 문화적 정체성, 소수자 문화 등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내놓았다. 특히 홀은 ‘수용이론’과 ‘인코딩-디코딩 이론’ 등을 통해 대중문화가 어떤 과정을 통해 청취자 등에게 수용되는지를 독창적으로 분석했다. 저서로는 <텔레비전 담론에 있어 인코딩-디코딩>, <위기 관리>(공저), <문화적 정체성의 문제들> 등이 있다.
홀은 1979년 마거릿 대처 총리가 취임하기 몇달 전 좌파 이론지 <마르크시즘 투데이> 기고를 통해 ‘대처리즘’ 현상을 본격적으로 분석했다. 당시 대처의 등장을 경시했던 다른 진보진영 이론가들와 달리, 그는 그것이 영국 사회에 갖는 의미를 심각하게 바라보았고, 대처리즘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의 성공은 현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노동당 등 좌파진보진영의 실패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대처리즘에 대해 쓴 글을 모은 <혁신으로의 어려운 길: 대처리즘과 좌파의 위기>는 우리나라에서도 <대처리즘의 문화정치>라는 이름으로 번역돼 나와 있다. 홀은 1979년부터는 오픈대학(the Open University)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를 계속했고, 1997년 은퇴했다. <가디언>은 부고기사에서 그가 ‘영국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의 대부’로 평가돼왔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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