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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우리 운명을 쥐고 흔드는 자들의 정체

등록 2014-01-26 19:37수정 2014-01-26 20:42

한승동 문화부 기자
한승동 문화부 기자
한승동의 독서무한

역사와 책임
민족문제연구소·포럼 진실과정의 펴냄(2013)
역사 교과서 파동이 남긴 교훈 중 하나는 이 나라 권력 실세들의 정체성 재확인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군국 일본의 유산과 친일파를 옹호하는 뉴라이트류와 다르지 않다는 걸 스스로 입증했다.

<뉴욕 타임스> 사설(1월13일)의 지적은 그 점에서 적확했다. 사설은 일본군 위안부와 난징 대학살 만행 등의 야만행위를 교과서에서 지우고 싶어하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빗나간 애국주의·민족주의를 비판했다. 아울러 일제 때의 친일행위를 어쩔 수 없었던 시대상황으로 치부하며 교과서에서 그 흔적을 없애려는 박근혜 정부의 시도 또한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 지배 엘리트들 다수가 친일파 출신이라는 것, 박정희 전 대통령도 일본군 장교 출신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아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가 A급 전쟁범죄자였다는 것과 등치시켰다. <친일 인명사전>을 낸 민족문제연구소와 포럼 진실과정의가 연간 두 번 발행하는 <역사와 책임> 2013년 12월(제6호)치는 일제 때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당해 돌아오지 못한 동포와 그 가족들의 슬프고 비극적인 삶을 특집으로 꾸몄다. 탄광과 벌목, 군사시설 건설장에 끌려가 사역당한 동포들 중 4만명 넘게 해방 뒤 귀국하지 못했다. 일본은 패전 전에도 3000여명의 사할린 동포들을 본국에 긴급 배치해 가족과 생이별하게 한 ‘이중 징용’을 자행했고, 소련군 개입 뒤 일본군은 그곳 조선 사람들을 스파이 혐의 등으로 학살했다. 그리고 패전 뒤 일본은 자국민만 데려가고 조선 사람들은 내팽개쳤다.

지난해 12월, 2차대전 말 24만명 이상이 희생당한 오키나와 학살 현장들을 찾아갔을 때 거기서도 우리 동포들의 슬픈 역사를 확인했다. 당시 1만명이 넘는 조선인 군부(軍夫, 징병·징용자)와 1000여명의 조선인 성노예(위안부)들이 오키나와에 끌려가 심한 차별 속에 대다수가 처참하게 희생당했다. 일본 당국은 조선인 희생자들에 대한 기초 조사조차 외면한 채 무책임으로 일관했다. <역사와 책임>에는 오키나와로 징용돼 희생당한 망부의 흔적을 찾아간 권수청씨 얘기도 실려 있다.

하버드대 교수 출신의 동아시아·일본 연구자 에즈라 보걸(84)이 저서 <덩샤오핑 평전> 한글판 출간에 맞춰 서울에 왔다. 1979년에 쓴 <재팬 애즈 넘버원>이란 책으로 유명해진 그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베 신조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한다면서도, 아베 정권 들어 극심해진 일본의 극우적 행태는 일본 내부문제보다는 그런 일본에 과잉반응하는 중국과 한국 탓이 더 크다는 야릇한 주장을 폈다. 미국 정부도 일본의 그런 행태를 달가워하진 않으나 일본을 그렇게 몰아가는 한국·중국이 더 문제라 여긴다며, 한·중 지도자가 아베를 만나야 한다고 했다. 마치 일본 정부 대변인처럼 군 그는 댜오위다오(센카쿠) 분쟁도 ‘오해’ 때문이니 만나서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독도 문제도 오해 때문인가? 일본 편애가 유별난 그는 일본은 여전히 일등국가라며, 일본에 자꾸 사과하라고 해선 안 된다며 오히려 한국을 나무랐다. 진정으로 사과한 적도 없고 이미 한 사과조차 매번 뒤엎는 일본 우파의 반동적 행태가 그의 눈엔 안 보이는 모양이다. 그는 미 중앙정보국(CIA)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정보회의(NIC)에서 조지프 나이 등과 함께 각국 정보를 수집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도 했다. 한국 또는 ‘한반도 문제’가, 그리하여 우리의 운명이 그런 자들 손에 ‘요리’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슬프다.

한승동 문화부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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