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68)
자신의 이익을 넘어선 목표 추구
세상을 우주적 관점에서 보고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데 참여
세상을 우주적 관점에서 보고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데 참여
피터 싱어 지음, 노승영 옮김
시대의창·1만6500원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윤리철학자 피터 싱어(68·사진)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의 윤리학 교양서다. 싱어 교수는 공리주의 입장에 서서 여러 응용윤리학 문제들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정립하고, 이에 입각한 실천적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온 학자다. 1970년대 ‘인간과 동물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담은 <동물해방>이라는 책으로 전세계적인 동물보호운동의 불을 댕겼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유아와 불치병 환자의 안락사를 찬성해 독일에서는 반대자들에 의해 강연이 저지될 정도로 격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환경운동과 3세계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부 캠페인에도 적극적이다.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는 싱어 교수가 1993년에 쓴 책으로 국내에도 번역소개됐으나 절판된 상태였다. <동물해방>과 함께 싱어 교수의 대표 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실천윤리학>이 응용윤리학 분야 여러 논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본격적인 윤리학 입문서 내지 교과서를 지향한다면, 이 책은 일반 독자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문제를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촉구하는 듯한 교양서에 가깝다. 번역자와 출판사 쪽은 모든 문장을 높임말로 옮겨 독자와의 거리를 더 좁히려고 시도한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은 어떤 삶일까? 나이 들어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뭐라 말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걸까?” 누구나 한번쯤 물어봤을 질문이다. 이에 대한 싱어 교수의 대답은 책의 초반부에 일찌감치 제시된다.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삶은 윤리적 삶이다.” 그에게 ‘윤리적 삶’이란 자신의 이익을 넘어선 목표를 추구하는 삶, 자신의 이익과 다른 존재(동물을 포함한)의 이익을 동등하게 보고(‘우주적 관점’) 이 모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대세’가 된 시대조류에 맞서 윤리적 삶이 ‘옳지만 고통스러운 삶’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더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음을 논증하는 것이 싱어 교수의 목적이다. ‘이기심이 인간의 본성이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그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윤리와 사상의 변화를 쫓고, 일본 같은 비서구사회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사회실험을 통해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쾌락주의의 역설’을 강조하기도 한다. 싱어 교수는 “고대 그리스에서 초기 기독교 시대를 거쳐 중세말에 이르기까지, 즉 서구 문명사의 4분의 3이 넘는 기간 동안, 돈을 버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으며 돈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짓은 특히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고 말한다. “사유재산제도에는 목적이 있으며, 어떤 사람이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재산을 소유한다면, 남는 재산은 충분히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잉여입니다.” 따라서 “굶주려 죽게 생긴 사람이 있으면 부자의 재물을 훔쳐 이들을 도와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초기 기독교의 정신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서구사회를 지배하게 되면서, 돈과 소유에 대한 전혀 다른 사고방식, 즉 “부와 소유를 좋은 삶과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이 사람들을 사로잡게 됐다는 것이다. 진화론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것이 곧 인간의 천성적 이기주의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이기적 행동을 곧잘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물학적 본성은 자녀를, 친족을, 어떤 경우에는 대규모 집단을 돌보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싱어 교수는 이어서 사회적 협력이 전략적으로도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한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액설로드의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한다. 액설로드는 ‘죄수의 딜레마’를 게임으로 보고 수감기간을 최소로 줄이는 것을 게임의 목표로 삼는 대회를 열었다. 우승을 차지한 팀의 전략은 간단했다. “처음에는 협력한다. 그다음부터는 상대방이 방금 전에 한 대로 따라 한다.” 이른바 ‘팃포탯’(Tit for tat),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다. 이 연구가 의미하는 바는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개체가 철저히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개체 못지않은, 또는 더 나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무조건 이타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신사적 동물은 상대가 비열하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협력을 중단해야 한다.” 여러 근거를 제시한 뒤 싱어 교수는 자신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로 나아간다. “윤리적 삶의 특징은 세상을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고통과 쾌락은 우리에게나 남에게나 똑같으며 남의 고통을 단지 ‘남’이라는 이유로 외면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주적 관점을 취하면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가치 있는 이상을 찾을 수 있을 만큼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이상 중에서 가장 명백한 것은 ‘고통이 존재하는 곳 어디에서든 그 고통을 줄이는 것’입니다.” 싱어 교수는 굶주리는 아이들, 고통받는 동물들, 파괴되는 환경을 위해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너무 늦기 전에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일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가치 있는 일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권태를 느끼거나 삶에서 공허감을 느끼지도 않을 것입니다. 윤리적 삶을 산다는 것은 이 세상의 온갖 고통에 연민을 느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자 애쓴 위대한 전통에 참여하는 것이니까요.”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사진 ⓒ피터 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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