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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역사교과서 왜곡, 식민지 생활이 그리운가?

등록 2013-12-29 19:49수정 2013-12-30 16:09

한승동 문화부 기자
한승동 문화부 기자
한승동의 독서무한

이회영과 젊은 그들
이덕일 지음
역사의아침 펴냄(2009)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가 ‘다산 포럼’에서 1년간 총 사망자 중 50살 이상 사망자의 백분율인 비례사망지수를 활용해 일제시대를 분석한 것을 보면, 식민지 근대화론은 명백히 거짓 또는 사기다. 식민지 근대도 근대라고 주장하겠지만 그나마 혜택은 일본인들과 그들에게 빌붙은 친일세력이 누렸을 뿐이다. 황 교수는 조선인과 일본인이 구별되지 않는 경제분야 통계와 달리 그게 구분돼 있는 인구·보건위생 자료들을 활용했다.

일제 강점기의 조선인 월별 평균사망률은 10만명당 150~160명이었으나 춘궁기인 3월엔 250명으로 급증하고 4월에도 210명으로 높았다. 보릿고개는 더 심해졌다. 조선인 하루 섭취 칼로리양도 1910년대의 1920칼로리에서 1930년대 1780칼로리로 계속 줄었다. 조선의 상수도 보급률은 7% 정도였는데, 이는 일본인 거주지 위주로 건설된 것이어서 조선인 대상 보급률은 3%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1930년대의 조선 관립·도립 의원 이용자는 일본인은 1만명당 5000명이었는 데 비해 조선인은 고작 100명이었다. 그럼에도 전염병 환자 및 사망자의 경우 일본 거주 일본인보다 조선 거주 일본인이 몇 배나 많았다.

역사학자 이덕일은 <이회영과 젊은 그들>에서 이렇게 썼다.

“조선이 멸망할 때 고위직에 있던 76명의 한인들이 망국에 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일제로부터…작위와 은사금을 받았다. 76명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왕족들이다. 후작 작위를 받은 이재완은 대원군의 조카이고, 후작 윤택영은 마지막 황제 순종의 장인이다. 또한 후작 박영효는 철종의 사위이고, 백작 민영린은 명성황후의 오빠다. 다른 하나는 집권당이었던 노론 인사들이다. 당파를 알 수 있는 64명의 수작자 중 북인은 2명, 소론은 6명이고 나머지 56명은 모두 노론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조선은 왕족들과 집권 노론이 팔아먹었다(放賣)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나라를 구린 돈·자리와 맞바꿔먹은 지 두달 뒤, 우당 이회영 여섯 형제와 모든 가족들이 전 재산을 정리해 마련한 40여만원(지금 약 600억원)을 갖고 만주로 떠났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기지 건설을 위해. 정화암(정현섭)은 자서전 <이 조국 어디로 갈 것인가>에서 “(나중에 톈진의) 남개에 있는 우당 집을 찾아갔더니 여전히 생활이 어려워 식구들의 참상은 말이 아니었다. 끼니도 못 잇고 굶은 채 누워 있었다”고 썼다. 우당은 1932년 65살 나이에 무장투쟁을 위해 다시 만주로 향하다 조선인 밀정들의 밀고로 일본 경찰에 붙잡혀 뤼순(여순)감옥에서 고문사했다.

그 4년 뒤인 1936년 단재 신채호도 뤼순감옥에서 눈을 감았다. 감방 강제노역에 동원된 단재는 “10분씩 쉬는 동안에 될 수 있는 대로 귀중한 시간을 그대로 보내기 아까워서” 책을 보며 <조선사>, <조선상고문화사> 등을 썼다. 바로 그 시각 “식민사학자들이 조선사편수회에서 총독부의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자국사 왜곡에 열중하고” 있었던 사실을 이덕일은 <잊혀진 근대, 다시 읽는 해방전사>(역사의아침)에서 상기시켰다.

기초사실 오인·왜곡 외에도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눈감고 있는 건 민족과 계급이다. 설령 식민지 근대화가 약간의 진실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그 과실은 일본인과 그들에게 빌붙은 지배계급을 위한 것이었다.

한승동 문화부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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