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위해 책을 썼던 마르크스의 전집 번역에 노동자들이 힘을 보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MEGA·이하 <전집>) 번역작업의 재정 지원을 위해 노동자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모아 기부해 눈길을 끈다.
강신준 <전집> 한국어판 편집위원회 위원장(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27일 “최근 S&T모티브(옛 대우정밀) 노조 소속 노동자 440명과 대우버스 사무지회 노동자 230명이 1인당 1만원씩 모두 670만원을 <전집> 번역 작업에 사용하라고 번역작업을 맡고 있는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 쪽에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두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소속으로, 이들의 후원은 지난 8월말 부산양산지부 차원에서 후원금 모금을 결의한 데 따른 것이다.
강 교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지적 유산은 모두 ‘노동자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작업은 한국 노동운동 차원에서 맡아서 하는 것이 그 의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기부는 의미가 적지 않고, 앞으로 다른 노조들로 확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우리가 접해온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들이 주로 2차 대전 뒤 소련·동독 정부가 편집해 펴냈던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집’(MEW) 판본에 기초를 두었다면, 이번 <전집>은 마르크스, 엥겔스의 육필 원고를 바탕으로 초고를 비롯한 모든 원고와 저작들을 집대성한 고증판이다. 독일 학계가 주축이 된 ‘국제마르크스엥겔스재단’(IMES)이 편찬작업을 맡아 하고 있으며, 2020년 완간을 목표로 전체 114권 가운데 61권까지 출간한 상태다. 한국판 번역작업은 지난해 도서출판 길이 독일 아카데미출판사와 저작권 계약을 맺은 뒤 시작됐다. 강 교수와 김호균 명지대 교수(경제학)를 비롯해 경제학, 철학, 사회학, 역사, 정치학 분야의 전문가 6명으로 이루어진 편집위원회가 <경제학 철학 초고> <헤겔 법철학 비판> 등 1차분 8권의 번역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강 교수는 “한국 출판계 사정상 학술서 번역에 대한 보상이 너무 미미해 번역작업을 계속 해나가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노조나 개인, 단체 등의 재정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집> 한국어판에는 후원자의 이름이 새겨진다. 후원문의는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http://marxengels.donga.ac.kr), (051)200-8691.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