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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힘들었지만 그리운 유년의 기억, 그리고 나무들

등록 2013-11-17 19:58수정 2013-11-17 22:01

11월 18일 출판 잠깐독서

나무가 청춘이다
고주환 지음
글항아리·1만5000원
“막내는 오늘 사랑방에 잠박(누에를 담은 채반) 덕(잠박을 얹는 시렁) 매는 일 좀 거들거라.”

친구들과 철길에 나가 놀 생각에 들떠 있던 아이는 아버지 말씀에 입이 댓발 나온다. 마지못해 일을 거드는데 하필 칡줄기에 동여매져 있던 낙엽송이 실수로 풀어지면서, 목 뒤편에 가시가 군데군데 박히고 만다. 울다 지쳐 잠이 든 아이가 저녁 무렵 깨어나자, 어머니는 화살나무 재에 마뿌리를 섞은 약을 붙여주려 하지만 심통을 부리며 거부한다. 나이 오십이 넘어 나무 공부 바람이 들어 자료를 뒤적이다 발견한 구절에 눈물이 솟는다. ‘(화살나무) 날개를 태운 재가 살에 박힌 가시를 빼내는 효과가 있다.’ 환갑이 다 돼 얻은 늦둥이 아들을 위해 어둑어둑해진 산을 헤매며 화살나무를 찾아다녔을 아버지.

이 책의 지은이는 우리나라 온대 활엽수림의 보고인 치악산 자락 성황림마을에서 태어나 목수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수도권에 살지만 부모님이 물려준 고향 집에 주말마다 내려가 텃밭농사를 짓고 숲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산사나무, 미루나무, 플라타너스, 산죽, 물참대, 박꽃, 코스모스, 목련 등 우리 산과 들, 길에서 볼 수 있는 나무와 풀, 꽃들의 생태적 특성, 이름의 어원, 역사 등을 자신의 유년 시절 경험과 엮어 풀어냈다. 1960년대 강원도 산골마을의 신산하지만 따뜻했던 삶을 복원해내는 지은이의 섬세한 기억력과 탄탄한 문장력이 돋보이는 나무 에세이집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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