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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기관사의 ‘수서발 KTX’ 민영화 반대 이유

등록 2013-10-20 20:10수정 2013-12-17 08:57

철도의 눈물
박흥수 지음
후마니타스·1만3000원
“국토부가 향후 완전한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수현 의원(민주당)이 국토교통부의 한 용역보고서 내용을 폭로했다. 보고서에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 고속철도와 연계되는 노선부터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기존의 철도 운영자인 철도공사와 완전히 독립된 민간운영자”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철도의 눈물>을 쓴 박흥수씨는 그 이야기를 고발하려고 책을 낸 참이다. 그는 철도 기관사다. “거대한 철마의 맨 앞에 앉아 너른 산야를 달리고 싶어” 18년 전 철도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그런 그가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철도노조 정책연구팀에서 자료 더미와 씨름했고 언론 기고를 했으며 마침내 책을 냈다.

철도 노동자들은 알고 있었다. 한 달에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일해온 철도 노동자들이 ‘비효율의 주범’으로 거론되고 새 노선의 운영을 민간에 맡기자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대번에 눈치챘다.

철도노조는 지난 6월27일 사흘 동안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경쟁 체제 도입을 시작으로 한 철도 민영화 계획”에 대해 어찌할지 묻는 투표였다. 투표 결과 89.7%,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각오였다.

수서발 케이티엑스가 무엇이기에 이리 반대하는지, 지은이는 정성을 다해 설명한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철도에서 적자 노선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은 흑자 노선의 수익이 교차 보조되기 때문이다. ‘장사가 잘될 것이 거의 확실한’ 새 노선인 수서발 케이티엑스를 민간에 판다는 뜻은 앞으로 이런 교차 보조의 가능성을 없앤다는 뜻이다.

지은이는 노선 일부 구간 민영화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하철 9호선과 신분당선을 예로 든다. “2012년 현재 지하철 9호선은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식회사’와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로 나누어진 이원 체제인데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식회사의 사장은 베올리아사에서 파견한 마흐슬랑 다루이고,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의 사장은 정연국씨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었다. 9호선의 2대 대주주가 맥쿼리 사다. 맥쿼리 사는 인천공항 고속도로, 인천대교, 서울~춘천 고속도로, 용인~서울 고속도로, 우면산 터널 등 다수의 사회간접자본에 참여하고 있다. 9호선처럼 민간이 들어온 부문만 독자적으로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신분당선은 이미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

수서발 케이티엑스를 시작으로 한 철도 민영화 계획은 2011년,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막바지에 발표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철도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지만 새 국토부 장관은 임명되자마자 “경쟁 체제 도입”을 발표했다. “한국 철도가 파국의 길로 치닫지 않도록 응원을 부탁한다”는 기관사의 외침은 절박하다.

세심히 운전하듯, 사안에 대해 찬찬히 설명하면서도 진심을 담는 솜씨가 뛰어나다. 사실관계를 살린 간명한 글쓰기를 하고 싶은 이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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