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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교수·학생 모두가 ‘조합원’인 대학

등록 2013-10-09 20:23수정 2013-10-09 22:16

‘노나메기 대안대학’ 내년 문열어

출자금 내면 강의개설·수강 가능
철학부터 예술치료까지 주제 다양
“대안 고등교육 공백 메워줄 것”
교수부터 학생까지, 모두가 조합원인 협동조합 형태의 대안대학이 뜬다. 오는 25일 창립총회를 거쳐 정식 설립되는 지식순환협동조합 노나메기 대안대학(이하 대안대학)이 그것이다. 대안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지만 초·중등 부문에만 집중된 상황에서, 인문학에서 자연과학까지 포괄하는 커리큘럼을 갖추고 학생이 자신의 전공과정을 짜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이 대학의 ‘실험’에 눈길이 쏠린다. 이들은 11월 서울시의 협동조합 승인절차, 12월 시범강의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교육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례없는 실험에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함께 했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정치학), 강내희 중앙대 교수(영문과), 심광현 한국예술종합대학 교수(영상이론과), 우희종 서울대 교수(수의학과), 임춘성 목포대 교수(중문과), 이광일 한신대 연구교수(정치학),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국문학) 등이 설립을 제안했으며, 이들이 중심이 된 발기인 100여명이 지난달 27일 발기인대회를 열고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설립추진위 쪽은 “교육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들이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소통하는 협력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이런 믿음을 위해 노나메기 대안대학을 세우고자 한다”며 “조합원 모두의 민주적 참여와 협동에 기초한 협동조합운동이 새로운 교육적 실천의 현실적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9일 밝혔다.

대안대학은 생산자(정규직·비정규직 교수, 연구자, 작가 등)와 소비자(학생)가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다중이해자 협동조합인 것이 특징이다. 생산자 조합원이 되면 강좌를 개설할 수 있으며, 소비자 조합원은 저렴한 수강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출자금은 생산자 20만원 이상, 소비자 3만원 이상이며, 월조합비는 1만원, 수강료는 한 강의당 1만원이다. 협동조합 운동의 상징인 스페인 몬드라곤에 있는 몬드라곤 대학도 1960년대 협동조합 형태의 대안대학으로 시작해 이후 정식대학으로 인가받았다. 심광현 교수는 “몬드라곤 대학과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산학협동 관계처럼 노나메기 대안대학도 아이쿱생협 등 다른 협동조합이나 단체들과 유기적 관계를 맺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조합원들은 특정 전공을 선택해 관련 강좌들을 일정 기준 이상 들은 뒤 수료증을 받거나, 교양강좌들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강좌들은 크게 철학, 인문학, 예술, 문화연구,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으로 나눠진다. 유형별로는 학문적 주제를 다루는 ‘이론강좌’, 지역운동, 도시농업, 교육혁명 등 실천적 현안과 연계된 ‘실천강좌’, 자기성찰적 글쓰기, 예술치료 등 개인들의 심신 건강을 위한 ‘워크샵 강좌’ 등으로 나눠진다.

설립추진위 대표를 맡은 이광일 교수는 “대안고등학교를 나온 청소년이나 기존 대학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대학생, 평생공부를 하고 싶은 성인 등에게 우리 사회 대안 고등교육의 공백을 메워줄 것”이라며 “6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교수들(강사)에게도 강의의 장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가입 문의 010-9655-7248. kcunion@gamail.com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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