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이 단절된 시대 ‘동어반복’의 재미
옛그림을 보는 법
허균 지음
돌베개·1만8000원 그림은 분명 작가가 있다. 작가는 대개 자신이 살아간 공간과 시대에 속한다. 여기에서 그림을 이해하는 방식이 나온다. 그림 자체, 작가론, 시대정신. 아니면 모두 뭉뚱그리거나. <옛그림을 보는 법>은 조선 그림에 대한 안내서인데, 시대정신을 통해 그림을 들여다보거나 반대로 그림을 통해 시대정신을 요약하는 방식을 취한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 까닭은 ‘조선’이 불과 100년 전까지도 분명히 존재했는데도 입말은 같되 한자를 표기수단 삼은 탓에, 한문을 모르는 지금의 우리와 단절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은 시서화 일체의 시대여서 시와 서가 통하며, 시서를 통하면 그림에 이를 수 있다. 이렇게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 앞에서 보통 사람들은 무력하고, 한문을 뗀 사람들은 한문을 한글로 옮기는 ‘동어반복’만으로도 그럴듯해 보인다. 조선은 양반이 지배하는 왕조시대다. 사대부들이란 아들을 낳아 가문을 잇고, 벼슬에 나아가 임금을 섬기는 게 최대 목표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깊숙이 물러나 안빈낙도하거나 불로장생을 꿈꾼다. 조선 시서화는 이런 시대정신을 판박이로 반영한다. 한자 자체가 상형문자이니 산수화, 매란국죽송, 문자도, 신선도, 길상도 등의 그림과 다르지 않다. 화제, 즉 그림에 쓰인 시와 그림은 나뉘지 않는다. 지은이는 시를 풀고 그림을 푸는데, 또다른 동어반복인데도 재밌게 읽힌다. 어쩔 수 없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지한파 미국인이 본 한국의 가능성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지음
21세기북스·1만5000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언어문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살면서 ‘세상에 이런 나라가 다 있단 말이야?’ 하고 감탄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 놀라운 역사와 전통, 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자긍심도 낮다. 한국인들은 1950년대 한국이 소말리아와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교육열과 성실함, 효과적 산업정책으로 경제 대국이 됐다고 믿는다. 하지만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1950년대 한국과 소말리아는 절대 비슷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한강의 기적’의 배후에는 수천년간 축적된 지적 전통이 있는데, 한국인들이 이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대단한 지한파인 그는 “한국은 위대한 요소를 갖고 있다”고 단언한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통해 그는 “문제는 한국인 자신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 잠재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라며 한국인들을 독려하고 설득한다. 첨단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세계를 변화시킬 저력이 있는 한국의 문화를 찾는 일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단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넘나들며 현대 세계가 경청해야 할 한국의 전통을 설파하고, 이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방법도 제안한다. ‘한국인도 모를 정도’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이 많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성취 원하는 당신이 해야 할 ‘단 하나’
원씽
게리 켈러·제이 파파산 지음, 구세희 옮김
비즈니스북스·1만4000원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어렸을 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성인이 된 그는 올림픽에 세 차례 출전해 금메달 18개 등 총 22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 역사상 전 종목을 통틀어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산만한 아이’였던 그가 이룬 탁월한 성취의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사업 컨설턴트 겸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이는 ‘집중’이라고 답한다. 지은이는 “펠프스가 14살부터 베이징 올림픽까지 1주일에 7일, 1년에 365일을 훈련에 매진했다”고 말한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습관처럼 훈련을 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성공은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온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이보다 펠프스에게서 보듯 ‘단 하나’에 집중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나아가 ‘단 하나’를 키워드 삼아 ‘멀티태스킹이 곧 능력이다’,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 같은 성공에 대한 ‘명제’들이 ‘잘못된 믿음’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에 파고드는 것이 남다른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 이유를 “단 하나의 목적의식만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은이는 애플, 인텔 같은 기업의 성공 사례를 들며 ‘단 하나’가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적용되는 ‘법칙’임을 강조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쉽게 풀어 쓴 후성유전학 입문서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페터 슈포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갈매나무·1만6000원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가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내용을 쉽게 풀어 쓴 책이다. 후성유전학은 2000년대 등장한 유전학의 최신 분야로, 환경이 유전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한다. 암 치료, 노화 방지, 육아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어 일반인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후성유전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일란성 쌍둥이 사례다. 리지 예거와 케테 브를란테는 덴마크의 일란성 쌍둥이 할머니들이다. 당연히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살이 지난 뒤 각자 다른 삶을 60여년간 산 결과 케테는 당뇨를 앓고 있고, 리지는 당뇨가 없다.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다른 환경이 이들의 후성유전체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 메커니즘의 하나가 ‘메틸화’다. 디엔에이메틸기전달효소(DNMT)라는 물질은 빗장을 걸어 유전자를 꺼버린다. 똑같은 유전자들을 갖고 태어났어도, 환경에 따라 어떤 유전자는 꺼지고 어떤 유전자는 켜져 있게 된다. 이전까지의 유전학적 상식과 달리 후성유전체도 유전될 수 있다는 것이 최신 연구 결과라고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이지만, 일반인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단순하다. “우리는 유전물질에 영향을 끼칠 기회가 있다.” 더 많이 운동하고, 적당한 양만 먹고, 좋은 생활습관을 가지면 유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허균 지음
돌베개·1만8000원 그림은 분명 작가가 있다. 작가는 대개 자신이 살아간 공간과 시대에 속한다. 여기에서 그림을 이해하는 방식이 나온다. 그림 자체, 작가론, 시대정신. 아니면 모두 뭉뚱그리거나. <옛그림을 보는 법>은 조선 그림에 대한 안내서인데, 시대정신을 통해 그림을 들여다보거나 반대로 그림을 통해 시대정신을 요약하는 방식을 취한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 까닭은 ‘조선’이 불과 100년 전까지도 분명히 존재했는데도 입말은 같되 한자를 표기수단 삼은 탓에, 한문을 모르는 지금의 우리와 단절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은 시서화 일체의 시대여서 시와 서가 통하며, 시서를 통하면 그림에 이를 수 있다. 이렇게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 앞에서 보통 사람들은 무력하고, 한문을 뗀 사람들은 한문을 한글로 옮기는 ‘동어반복’만으로도 그럴듯해 보인다. 조선은 양반이 지배하는 왕조시대다. 사대부들이란 아들을 낳아 가문을 잇고, 벼슬에 나아가 임금을 섬기는 게 최대 목표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깊숙이 물러나 안빈낙도하거나 불로장생을 꿈꾼다. 조선 시서화는 이런 시대정신을 판박이로 반영한다. 한자 자체가 상형문자이니 산수화, 매란국죽송, 문자도, 신선도, 길상도 등의 그림과 다르지 않다. 화제, 즉 그림에 쓰인 시와 그림은 나뉘지 않는다. 지은이는 시를 풀고 그림을 푸는데, 또다른 동어반복인데도 재밌게 읽힌다. 어쩔 수 없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지음
21세기북스·1만5000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언어문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살면서 ‘세상에 이런 나라가 다 있단 말이야?’ 하고 감탄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 놀라운 역사와 전통, 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자긍심도 낮다. 한국인들은 1950년대 한국이 소말리아와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교육열과 성실함, 효과적 산업정책으로 경제 대국이 됐다고 믿는다. 하지만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1950년대 한국과 소말리아는 절대 비슷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한강의 기적’의 배후에는 수천년간 축적된 지적 전통이 있는데, 한국인들이 이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대단한 지한파인 그는 “한국은 위대한 요소를 갖고 있다”고 단언한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통해 그는 “문제는 한국인 자신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 잠재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라며 한국인들을 독려하고 설득한다. 첨단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세계를 변화시킬 저력이 있는 한국의 문화를 찾는 일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단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넘나들며 현대 세계가 경청해야 할 한국의 전통을 설파하고, 이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방법도 제안한다. ‘한국인도 모를 정도’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내용이 많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게리 켈러·제이 파파산 지음, 구세희 옮김
비즈니스북스·1만4000원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어렸을 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성인이 된 그는 올림픽에 세 차례 출전해 금메달 18개 등 총 22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 역사상 전 종목을 통틀어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산만한 아이’였던 그가 이룬 탁월한 성취의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사업 컨설턴트 겸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이는 ‘집중’이라고 답한다. 지은이는 “펠프스가 14살부터 베이징 올림픽까지 1주일에 7일, 1년에 365일을 훈련에 매진했다”고 말한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습관처럼 훈련을 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성공은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온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이보다 펠프스에게서 보듯 ‘단 하나’에 집중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나아가 ‘단 하나’를 키워드 삼아 ‘멀티태스킹이 곧 능력이다’,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 같은 성공에 대한 ‘명제’들이 ‘잘못된 믿음’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에 파고드는 것이 남다른 성과를 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 이유를 “단 하나의 목적의식만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은이는 애플, 인텔 같은 기업의 성공 사례를 들며 ‘단 하나’가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적용되는 ‘법칙’임을 강조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페터 슈포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갈매나무·1만6000원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가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내용을 쉽게 풀어 쓴 책이다. 후성유전학은 2000년대 등장한 유전학의 최신 분야로, 환경이 유전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한다. 암 치료, 노화 방지, 육아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어 일반인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후성유전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일란성 쌍둥이 사례다. 리지 예거와 케테 브를란테는 덴마크의 일란성 쌍둥이 할머니들이다. 당연히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살이 지난 뒤 각자 다른 삶을 60여년간 산 결과 케테는 당뇨를 앓고 있고, 리지는 당뇨가 없다.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다른 환경이 이들의 후성유전체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 메커니즘의 하나가 ‘메틸화’다. 디엔에이메틸기전달효소(DNMT)라는 물질은 빗장을 걸어 유전자를 꺼버린다. 똑같은 유전자들을 갖고 태어났어도, 환경에 따라 어떤 유전자는 꺼지고 어떤 유전자는 켜져 있게 된다. 이전까지의 유전학적 상식과 달리 후성유전체도 유전될 수 있다는 것이 최신 연구 결과라고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이지만, 일반인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단순하다. “우리는 유전물질에 영향을 끼칠 기회가 있다.” 더 많이 운동하고, 적당한 양만 먹고, 좋은 생활습관을 가지면 유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