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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숭배를 넘어…적색과 녹색은 만나야 한다

등록 2013-08-25 18:17수정 2013-08-25 19:55

창비 가을호 ‘생태담론과 사회변혁’
기후변화 대처하는 정치세력 필요
‘에너지 전환’이 사회변혁 기폭제
지난해 3월4일 한국에서도 드디어 녹색당이 창당됐다. 1990년대 이후 녹색 담론과 운동은 사회 저변에서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제도정치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에는 녹색정치의 비전과 내용을 고민하는 녹색전환연구소도 출범했다. 지난달 진보신당은 당명을 노동당으로 바꿨다. 새 당명 논의 과정에서 주요하게 검토된 명칭 중에는 ‘녹색사회노동당’과 ‘적록당’도 있었다. 노동당의 강령은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소수자 운동과 결합된 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와 2011년 일본 원전사고 등을 겪으면서 녹색정치와 생태주의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노동당 강령에서 보듯 진보진영 안에서도 생태주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생태주의와 사회변혁 간의 관계 설정 문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발간된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는 특집으로 ‘생태담론과 사회변혁’이라는 주제 아래 국내외 학자·활동가 4명의 글을 실었다.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는 ‘진보정치와 녹색운동의 결합은 가능한가’란 글에서 생태주의화된 사회주의, ‘녹색사회주의’를 진보진영의 새 대안으로 제시한다. 자본주의 체제 변혁을 주장하는 좌파정치와 산업문명의 생태계 파괴를 고발하는 생태운동은 모두 사회 변화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차이점도 뚜렷하다. 기존 좌파 사회주의 운동은 생태주의에서 비판하는 ‘경제성장’을 주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생태운동은 계급문제 등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대해선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장 부대표는 “이런 긴장에도 불구하고 적색과 녹색의 만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녹색 관점에서는 자본주의 극복이 점점 더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중국 등 강대국들이 탄소배출 감축 합의를 해야 하고, 이는 경제성장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이 합의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장 부대표는 “성장숭배를 그대로 놔둬서는 어떤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데, 자본주의는 성장 없이는 지탱할 수 없다”며 “결국 답은 자본주의 자체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색 관점에서는 어떤가? 장 부대표는 “정통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한 대다수 사회주의 운동의 밑바탕에 자리했던 생산력 숭배는 더는 지속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기존 생산력 발전은 석탄과 석유라는 화석에너지 사용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 에너지원이 급속히 고갈되고 있고, 이 에너지원들의 사용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적록동맹’의 새로운 정치실험은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프랑스,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유럽과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 이미 진행중이다. 한국에서도 핵발전소 철폐나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한 공통된 입장과 실천에서 양쪽의 연대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인다고 장 부대표는 전망했다.

데이비드 페퍼 영국 옥스퍼드브룩스대학 지리학과 교수는 ‘생태사회주의의 현주소’란 글에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지역통화, 농업공동체 등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는 대안적, 생태사회주의적 조직들을 소개한다. 페퍼 교수는 이런 조직들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지역공동체 수준에서 개혁에 치중하는 것은 더 큰 체제를 바꿀 수 없음을 인정하고 체제 변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이나 주장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생태사회주의 운동이 성공하려면 체제 변혁의 프로그램을 명확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기후변화와 녹색정치’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녹색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기후변화는 그 영향 범위가 전지구적이고, 단기간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인류 생존의 문제라는 점에서 기존의 환경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임기가 짧은 정치인들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 문제에 매달리지 않고, 유권자들도 경제, 복지, 교육처럼 당장 이익을 줄 수 있는 이슈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일 만큼 많은 국가지만, 화력발전·원전 중심 전기생산 시스템과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에서 이익을 얻는 재벌 대기업들의 저항으로 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는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며 녹색당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문화교양학과)는 ‘에너지 전환은 생태적 변혁의 첫걸음’이란 글에서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원자력·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 공급을 태양에너지·풍력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화를 끌어내는 변혁적 기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 가능 에너지는 지역과 마을과 개인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 결과 궁극적으로 거대 자본과 국가에 의해서 지배되는 중앙집중적 에너지 시스템이 붕괴하고, 이 시스템 안에서 번성해온 거대 자본과 관료조직, 그리고 이들에 의해서 조정되는 소비중심 문화가 변화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실천적 목표로, 한국전력(한전)의 원자력과 화석연료 전기를 끊고 자기가 쓰는 전기를 독립적으로 생산해 사용하는 ‘전기 독립’, 한전의 전기는 물론 화석연료로부터도 해방되는 ‘에너지 독립’, 한전의 전력판매 독점을 깨고 100% 재생 가능 전기만 판매하는 전력판매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 등을 모색할 것을 강조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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