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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백석 시 읽다 떠오른 동화

등록 2013-08-04 20:48

박각시와 주락시
김기정 지음, 장경혜 그림
사계절·1만2000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할머니의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 이 집은 아빠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엄마 아빠와 할머니 집을 방문한 고마는 집 안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작은 풀벌레 친구들을 만난다. 박각시와 주락시, 그리고 땅지영감 등이다. 이들은 아무도 돌보지 않은 집에 무성하게 자란 수풀 사이에서 재잘거리며 모여 산다. 살가운 숲속 식구들은 고마에게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인연을 소개한다.

<박각시와 주락시>는 노란 얼굴의 아이가 풀벌레들의 녹색 세상으로 초대받은 이야기다. 지은이는 백석의 시 <박각시 오는 저녁>을 읽고 떠오른 심상으로 동화를 만들었다. 시는 박꽃이 핀 지붕에 박각시나방(박각시), 줄각시나방(주락시)이 붕붕 날아오는 평온한 시골집의 마당을 그린다. 글과 어울리는 포근한 파스텔톤의 그림은 도시 아이들이 쉽게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표현하고,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에 대한 상상력을 함께 담아낸다.

그림 사계절 제공
그림 사계절 제공
박각시와 주락시, 땅지영감은 약자를 대변한다. 박각시는 숲에서 가장 용감한 사내지만 안짱다리라 걷는 모양이 엉거주춤하다. 주락시는 다리가 부러진 앉은뱅이 누나고 땅강아지를 닮은 땅지영감은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다. 작고 보잘것없는 풀벌레들이 할머니의 손자인 고마와 함께 할머니의 명복을 빌고 제사를 지낸다. 고마는 할머니 집이 팔리면 사라질 작은 생명의 목소리를 아빠한테 전한다. 고마의 이야기를 들은 아빠는 할머니의 집을 어떻게 할까. 지은이는 낡고 오래된 것이라도 저마다 빛이 난다고 말한다. 초등 1학년부터.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그림 사계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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