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교수
‘최장집의 한국민주주의론’
다시 불붙은 ‘최장집 논쟁’은 묻는다. 당신이 꿈꾸는 진보, 노동,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이냐고. <최장집의 한국민주주의론>은 김정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인문한국(HK) 연구교수(정치학), 박영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에이치케이교수(정치학) 등 진보·좌파적 지향을 가진 10명의 소장학자가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이론을 분석한 논문 10편을 모은 책이다. 2011년 11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주최로 열렸던 ‘최장집의 한국민주주의론’ 심포지엄이 바탕이 됐다. 편집을 맡은 김정한 교수는 “이제 최장집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의 민주주의론을 진보적 입장에서 본격적인 학술토론의 대상으로 삼아보자는 취지에서 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논문들은 모두 지난달 22일 최 교수가 안철수 의원(무소속)의 캠프로 결합하기 전에 쓰였는데, 책의 출간은 이후에 이뤄졌다. 노동과 진보 강조하지만
자본주의·자유주의 틀서
못 벗어나는 한계 보인다 정당제·대의제 넘어서
직접민주주의 문제의식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최 교수는 1980년대 노동운동 연구, 권위주의 연구 등을 거쳐 1990년 이후 본격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의 이론은 2000년대 들어서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민주화> 등의 저작을 통해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게 된다. 그에게 바람직한 민주주의 체제는 분명한 사회적 기반을 가진 여러 정당이 자신이 대표하는 계층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이념과 정책을 가지고 경쟁하는 구도다. 우리나라는 ‘87년 민주화운동’ 등을 거치며 선거, 정당간 정권교체 등 절차적 의미에서 ‘민주화’는 성공했지만, 냉전 반공주의의 유산 탓에 보수정당들만의 체제로 귀결됐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실패했다는 것이 그의 핵심 논리다. 정당은 ‘정치계급의 살롱’이 됐고, 정치는 기득이익의 안정적 유지만을 보장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런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서민, 노동자계급과 같은 소외계층의 이익을 대표하는 ‘진보정당’이 생겨나 기존 정당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는 또한 제대로 된 ‘정당정치’ 실현을 위해 비례대표제의 확대, 결선투표제의 도입, 대통령과 여당의 긴밀한 협조체제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에서 시작돼 현재 민주당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치개혁’ 기조, 곧 지구당 폐지, 중앙당 축소, 국민경선제 도입, 원내정당화, 당정분리 등 미국식 정당제도를 모델로 하는 각종 조처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이런 그의 주장은 열렬한 지지도 받았지만, 보수·진보 양쪽 진영 모두에서 비판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의 첫번째 논문인 김용복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의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정당정치’는 기존 제도정치학계에서 제기된 최 교수에 대한 비판들을 정리한 것이다. 그 비판들 중 하나는 그의 주장이 지나치게 ‘유럽 중심주의적’이어서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20세기 유럽에서 형성됐던 대중·이념정당 체제를 모델로 삼고 있지만, “주변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정당에 의해 노동-자본 균열구조가 대표되는 강한 정당체제가 등장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다. 세계화, 정보화, ‘계급의 파편화’ 등 과거와는 다른 정치적·사회경제적 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원내정당론’을 주창한 쪽에서는 “대통령제, 유권자들의 교육수준, 민주국가들의 일반적 추세 등을 고려하면 원내정당으로의 개혁이 바람직하고 현실적”이라고 최 교수를 반박한다.
9일 안철수 무소속 의원(왼쪽)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개소식에서 안 의원과 최장집 이사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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