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여는 생각
〈불평등의 대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이순희 옮김/열린책들 펴냄 “이들은 더는 빚(학자금 대출)을 내려는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극심한 절망감과 환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유한 부모의 도움을 받아 무보수 인턴으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고 있는 또래 학생들을 볼 때면 이들의 절망감은 더욱 깊어졌다. 서민층 자녀들은 무보수 인턴 자리를 유지할 경제력이 없었고, 장래성을 따질 여유도 없이 닥치는 대로 임시직 일자리를 잡아야 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신작 <불평등의 대가>에서 묘사한 미국 대학생들의 상황이다. 너무 비슷해 한국이라 착각할 정도다. ▷ 관련기사: ‘1%를 위한 이데올로기’에 종언을 고하라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때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1%의, 1%를 위한, 1%에 의한’ 나라로 전락한 미국의 불평등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평등은 단지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다. 그는 “(불평등으로 인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국내 총생산이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불안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돈이 상위 1%에게만 집중되면서 서민층이 쓸 돈이 줄어들고, 그 결과 소비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성장을 막고 있는 것은 분배가 아니라 불평등이라고 말한다. 불평등의 대가는 또 있다. “민주주의의 약화, 공정성과 정의라는 가치의 훼손이 그것이다.” 1%와 99%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것은 1%만을 위한 경제정책이 계속되는 탓이다. 정치인들이 그 경제정책을 유지하려면, ‘1%에게 좋은 것이 99%에게도 좋다’는 거짓말을 99%가 믿어줘야 한다. 1%는 이 ‘관념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치인과 경제학자, 법조인 등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미국 사회를 분석했지만 이 책은 이런 질문의 대답도 될 것이다. 왜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는지, ‘낙수효과’와 ‘증세 반대’를 외치는 이른바 ‘전문가’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왜 최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경제를 죽이는 경제 민주화라면 신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고 나섰는지.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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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이순희 옮김/열린책들 펴냄 “이들은 더는 빚(학자금 대출)을 내려는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극심한 절망감과 환멸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유한 부모의 도움을 받아 무보수 인턴으로 일하면서 경력을 쌓고 있는 또래 학생들을 볼 때면 이들의 절망감은 더욱 깊어졌다. 서민층 자녀들은 무보수 인턴 자리를 유지할 경제력이 없었고, 장래성을 따질 여유도 없이 닥치는 대로 임시직 일자리를 잡아야 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신작 <불평등의 대가>에서 묘사한 미국 대학생들의 상황이다. 너무 비슷해 한국이라 착각할 정도다. ▷ 관련기사: ‘1%를 위한 이데올로기’에 종언을 고하라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때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1%의, 1%를 위한, 1%에 의한’ 나라로 전락한 미국의 불평등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평등은 단지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다. 그는 “(불평등으로 인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국내 총생산이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불안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돈이 상위 1%에게만 집중되면서 서민층이 쓸 돈이 줄어들고, 그 결과 소비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성장을 막고 있는 것은 분배가 아니라 불평등이라고 말한다. 불평등의 대가는 또 있다. “민주주의의 약화, 공정성과 정의라는 가치의 훼손이 그것이다.” 1%와 99%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것은 1%만을 위한 경제정책이 계속되는 탓이다. 정치인들이 그 경제정책을 유지하려면, ‘1%에게 좋은 것이 99%에게도 좋다’는 거짓말을 99%가 믿어줘야 한다. 1%는 이 ‘관념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치인과 경제학자, 법조인 등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미국 사회를 분석했지만 이 책은 이런 질문의 대답도 될 것이다. 왜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는지, ‘낙수효과’와 ‘증세 반대’를 외치는 이른바 ‘전문가’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왜 최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경제를 죽이는 경제 민주화라면 신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고 나섰는지.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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