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한국사회
김태형 지음/서해문집·1만5000원
김태형 지음/서해문집·1만5000원
‘트라우마로 분석한 한국 사회 심리 보고서’라는 부제에서도 드러나듯 <트라우마 한국사회>는 트라우마라는 키워드로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트라우마’는 정신적 외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인데, 지은이는 이 책에서 트라우마를 ‘마음의 병을 통칭하는 넓은 개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다. 특히 지은이가 주목하는 트라우마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 같은 개인적 트라우마가 아닌 왜곡된 역사와 잘못된 사회로 인해 생겨난 집단 트라우마다.
지은이는 한국인의 집단 트라우마로 우월감 트라우마, 분단 트라우마, 변방 트라우마를 제시한다. 각각 계층문제, 분단문제, 지역주의 문제와 연결된다.
‘우월감 트라우마’는 “사람대접을 받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혹은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맹목적인 우월감을 추구하게 되는 집단 정신병”이다. “자신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못난 것 같으면 괴로워하고,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난 것 같으면 즐거워하는” 심리, “돈이 없는 이웃은 무시하고 깔봐도 괜찮다고 여기는 심리”, “온갖 건수를 빌미 삼아 타인을 무시하고 깔보는 심리”다. 빈부격차가 점점 커지고, ‘돈 중심의 세계관’이 뿌리를 내리면서 이런 심리들이 병적인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분단 트라우마’는 “정치적 반대자나 사회적 약자 등을 빨갱이로 매도해 죽이거나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을 일삼아온 극우 보수세력에 대한 공포증”이다. 사회주의에 대한 맹목적 반대인 ‘레드 콤플렉스’, 최근의 ‘종북좌파’ 논란에서도 드러나는 ‘북 콤플렉스’, 극우 보수세력에 대한 피해의식인 ‘극우세력 콤플렉스’ 등이 합쳐진 트라우마다. “빨갱이는 약국의 감초처럼 어데나 이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그야말로 언제 어떤 모략에 걸릴지 불안해서 아무리 양민이라도 안심하고 지내기 힘든 세상이다.” 1945년 4월1일치 <조선일보>의 사설이다. 한국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가 얼마나 오래된 트라우마인지 보여준다.
‘변방 트라우마’는 보수 집권세력이 과거에는 호남지역을, 최근에는 지방 전체를 차별하면서 생겨난 감정, 편견, 피해의식 등을 가리킨다. 권력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는 지역민은 우월감과 죄의식을 느끼고, 차별대우를 받는 지역민은 자기혐오와 피해의식에 시달리며, 나머지 지역민은 ‘편애를 구걸하는 거지근성’을 갖게 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지은이는 한국인 전체에 해당하는 집단 트라우마에 더해 각각의 세대가 가지고 있는 ‘세대 트라우마’ 분석에도 공을 들인다. 1950년대 생인 ‘좌절세대’의 ‘좌절 트라우마’(“너는 이 아비처럼 되지 마라”), 60년대생 ‘민주화세대’의 ‘미완성 트라우마’(“내 욕심만 좇느라 민주와 정의를 후퇴시켰구나”), 70년대생 ‘세계화세대’의 ‘혼돈 트라우마’(“신자유주의체제에서는 나의 개인적 욕망이 실현될 수 없다”), 80년대생 ‘공포세대’의 ‘공포 트라우마’(“당장 먹고사는 일이 걱정이다”)를 제시한다.
일관된 관점과 거침없는 화법이 책장을 쉽게 넘기게 만들지만, 표현과 논리가 다소 거칠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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