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레지스탕스
조한성 지음/생각정원·1만6000원
조한성 지음/생각정원·1만6000원
“다시 태어나기 힘든 이 세상에/ 다행히 대장부로 태어났건만/ 이룬 일 하나 없이 저 세상에 가려 하니/ 청산이 조롱하고 녹수가 비웃는구나.”
항일독립운동단체 대한광복회 총사령 박상진이 1921년 8월 36살의 나이로 일제에 사형당하기 직전 남긴 유시다. 대대로 관료를 배출한 양반가문 출신인 박상진은 1910년 판사등용시험에 합격했지만 부임을 포기했다. 대신 1915년 의병세력과 계몽세력을 규합해 광복회를 결성했다. 무장투쟁을 통해 독립을 달성하려 했던 광복회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의 부호들에게 편지를 보내 의연금을 낼 것을 종용했지만, 부호들은 일본 경찰에 이를 신고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결국 일제의 추적으로 박상진 등 수뇌부가 체포돼 사형당하고 광복회 조직은 무너졌다.
<한국의 레지스탕스>는 일제시대 항일독립운동을 펼친 대한광복회 등 8개의 비밀결사 조직에 대해 그 결성과정과 활동, 고난과 성과, 역사적 의미 등을 정리한 책이다. 프랑스어로 ‘저항’이란 의미의 ‘레지스탕스’는 일반적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 일어났던 독일 나치에 대한 저항운동을 가리키는데, 저자는 일제시대, “민족해방과 새 조국 건설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며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강심장들”을 ‘한국의 레지스탕스’라고 명명한다.
책에서 소개되는 8개의 단체는 대한광복회를 비롯해 “대한제국 말기 최초의 비밀결사 신민회, 정의의 이름으로 암살테러 전술을 본격화했던 의열단, 혁명의 기치 아래 공산주의 국가 실현을 꿈꿨던 조선공산당, 동맹휴학과 대중시위로 일제에 저항한 학생들의 비밀결사 성진회와 독서회 중앙부, 무장투쟁과 인민전선 결성으로 맞섰던 조국광복회, 광범한 민족통일전선을 결성하여 민족해방을 앞당기고 건국을 준비하고자 했던 조선건국동맹, 민족을 대표하는 정부로서 독립운동 최고기관이 되고자 했던 대한민국임시정부”이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으로 일했던 저자는 사료를 바탕으로 하여 이들의 투쟁사를 객관적이고 꼼꼼하게 전달하려 애쓴다. 역사적 사실의 나열로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곳곳에서 드라마틱한 사건, 생생한 발언, 의외의 사실 등을 발견하는 재미가 이를 완화시켜 준다.
이런 대목들이다. “의열단원들은 마치 특별한 신도처럼 생활했고 수영, 테니스, 그밖의 운동을 통해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했다.…그들의 생활은 명랑함과 심각함이 기묘하게 혼합된 것이었다. 언제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므로 생명이 지속되는 한 마음껏 생활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유물사관이나 <자본론> 등 사회과학 서적이 주요 관심이었습니다. 사회주의 사상을 모르고선 선생이나 학생이나 병신 취급을 받았습니다. 나도 유물론이 하도 재미있어서 일주일간 학교를 결석하고 책을 읽었지요.”(성진회 회원의 증언)
임시정부 부분에서는 최근 민족문제연구소의 역사다큐 <백년전쟁>으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승만의 행적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과 하나의 해석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역사논쟁’과 관련해 이 책이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을 폄하하고…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대한민국의 ‘건국’에 두고 그 공로를 1948년 정부 수립에 참여한 인물들로 한정하려는 사람들의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고 말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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