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장경섭(서울대), 신광영(중앙대), 안상훈(서울대), 이혜경(연세대) 교수.
한국사회학회 12일 ‘복지’ 심포지엄
장경섭 “산발 대응책으로 혼잡”
신광영 “위기의 희망격차 사회”
안상훈 “한국형 복지모델 필요” 보수·진보쪽 정치인·학자 참여
한국의 복지현실 심층 진단 “박근혜 정부의 복지국가 노선은 이념적·이론적 기초가 없는 ‘상황적 복지국가 정부’다.”(장경섭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현재 한국 사회는 고용 위기, 사회 위기, 인구 위기의 3대 위기에 빠진 ‘희망 격차’ 사회다.”(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 복지모델’을 만들고 국민적 대타협을 해야 한다.”(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사회학회가 ‘복지’를 화두로 오는 12일 특별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사회학계를 대표하는 이 학회가 복지만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여는 것은 처음으로, 그만큼 복지가 한국 사회 최대의 이슈가 되었음을 반영한다. ‘한국 사회의 창의적 디자인 모색: 화합적 사회를 위한 복지’라는 주제의 이날 심포지엄에는 사회학의 여러 분야 학자들이 두루 참여하며, 정치권, 학자,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대토론회도 열린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는 진보·보수 진영이 망라됐다. 새누리당에서 신의진·민현주 의원이, 민주통합당에서 김용익·김기식 의원이, 학계에서는 신광영·장경섭·안상훈 교수와 함께 이혜경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가 참석한다. 이혜경 교수는 지난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복지국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안상훈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장경섭 교수는 미리 배포한 ‘탈개발정치 맥락에서의 한국적 복지국가’란 글에서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개발주의(=개발자유주의)-개발신자유주의-탈개발정치’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분석했다. 장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국가 노선은 개발주의 경제·사회질서와 이의 신자유주의적 왜곡과 파국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하려는 면모가 엿보인다”며 “소외된 사회집단들에 대한 사회정책적 포섭, 가계부채 누적에 대한 대응, 노동시장·서민경제 안정화를 위한 경제시민권적 개입 등의 노력은 탈개발체제적 통치를 위한 복지국가 지향성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시화된 복지 노선을 보면 여전히 서구의 복지 용어들과 개별 사안들에 대한 산발적 대응책들로 혼잡하게 구성돼 있고, 계급적 관점의 재분배 혹은 역사적 관점의 공정분배를 위한 세제 개혁, 국가 이념의 탈개발주의적 개혁, 이에 수반된 법제 정비에 대해서는 어떠한 적극적 의지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치적·이념적·이론적 기초 확립을 생략한 ‘상황적 복지국가 정부’로서 장기적 안정성이나 심층적 개혁성을 띠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런 한계는 시민사회, 지역공동체, 학계, 언론 등이 경쟁 정당들과 연계 하에 복지국가가 진정한 의미의 국가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치적·지적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며 “‘개발국가’가 한때 한국의 총체적 국가 패러다임이었던 것처럼 ‘복지국가’도 이런 범사회·범국가적 지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광영 교수는 ‘불안사회와 사회정책’란 글에서 한국 사회가 불안정노동의 증가에 따른 ‘고용위기’, 자살·범죄·가족해체의 급증이라는 ‘사회위기’,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인구위기’ 등 3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또 사회 양극화가 교육의 양극화로 이어져 계층 상승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희망 격차’를 낳고 있다고 덧붙이고, “21세기 한국의 과제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복지체제, 즉 ‘생활보장국가’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복지가 쟁점이 되기는 했지만 복지와 성장·인권·삶의 질 등에 관한 종합적인 인식이 정치권에서 형성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복지제도는 다른 정치·경제 이슈에 밀려 잔여적 복지(빈곤층, 장애인 등 일부 계층에게만 시혜적으로 베푸는 복지)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상훈 교수는 ‘화합적 사회를 위한 복지: 새 정부 복지정책의 전망과 과제’라는 글을 통해 ‘한국 복지모델’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스웨덴이나 덴마크의 복지모델이 아무리 멋져 보여도 그대로 따라할 상황이 아니라는 현실적인 각성이 필요하다”며 “복지국가를 시작하는 경제적 상황이 다르다는 점, 고령화 속도가 스웨덴의 5배 이상이라는 점, 통일이라는 민족의 과제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짜임새 있는 한국형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나라를 그대로 따라하는 후발주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한국 복지모델’에 관해 고민해야 한다”며 “5년짜리가 아닌 장기적 계획 하에 이루어지는 국민부담과 복지수준의 조정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국민적 대타협이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종교사회학 등 8개 사회학 분야 학자들이 각 분야에서 복지개념을 어떻게 접목시키고 확장시킬지를 연구한 논문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정한 한국사회학회 연구분과 위원장은 “현 시점은 복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구체적 방향 제시가 동시에 요구되는 때인 만큼, 사회학 고유의 시각과 해법으로 보편적 복지 대 선택적 복지라는 대립구도를 넘어 화합적 사회를 위한 복지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심포지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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