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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사람] “다국적 예술인들 국제연대 지침서로 추천합니다”

등록 2013-04-08 19:36수정 2013-04-08 20:56

안해룡(52) 감독
안해룡(52) 감독
‘에다가와 조선학교 돕기 페스티벌’
백서집 낸 안해룡 감독

2010년말 도쿄 조선 초급학교 개방
예술가 70명 ‘3박4일’ 축제 모두 기록
“전례없는 자발적 연대” 일본서 환호
<다큐먼트-야키니쿠 아티스트 액션 인 에다가와>. 일본어와 영어로 된 270여쪽에 이르는 국배판(A4 용지 크기) 책을 들고 나타난 독립다큐 작가 안해룡 감독은 의기양양했다.

“일본에는 이런 기록이 없었습니다. 다들 너무 좋아해요.”

지난달 말에 출간된 이 책은 2010년 12월26~29일 3박4일간 에다가와 조선학교에서 열린 사상 초유의 다국적 아티스트 페스티벌에 관한 모든 것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백서다. 60여년 전통의 도쿄 조선 제2초급학교가 정식 명칭인 에다가와는 당시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의 도쿄도가 학교 부지를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그때 화가, 행위예술가, 설치미술가, 건축가, 평론가, 가수, 영화감독, 시인, 사진가, 작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 등 온갖 분야의 사람들 70여명이 모였습니다. 그들 중 절반 이상이 일본인들이었고 재일동포와 한국인, 중국인, 그리고 프랑스인까지 참여했습니다. 이 책은 그 페스티벌의 기획과 연락, 모집, 당일 실제 행사, 행사 뒤의 평가 등을 참여자들이 직접 쓰고 정리한 것입니다. 행사 관련 사진들은 거의 전부 내가 직접 찍어둔 것들입니다. 모두 자발적 참여인지라 비용은 초기 약간의 모금액 외에 따로 한 푼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페스티벌 자체의 기획과 연락, 그리고 책 출간과 관련한 사무적 작업에도 힘을 보탰다.

아시아지역 프리랜서 취재기자들의 네트워크인 ‘아시아 프레스’ 서울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그때 에다가와 조선학교 사정을 취재하러 갔다가 비어 있던 학교 공간을 활용해 “조선학교의 소멸과 재생을 기억하기 위한” 다국적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이를 주도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지인들을 통해 인터넷 메일로 계획을 알리고 참여자들을 모집했다.

“일본에서는 통상 야키니쿠(고기구이) 행사 하나로 모임이 끝나는데 ‘야키니쿠 아티스트 액션 인 에다가와’ 때는 달랐죠. 주최자나 지휘부도 없이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가한 일본 예술가들이 환호했고 놀라워했습니다. 그들은 페스티벌을 사그라지던 예술가들의 사회적 발언을 강화하는 계기로 인식하기도 했습니다. 조선학교 교장이 학교 공간을 그렇게 개방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었지요. 그때 이미 그 모든 것을 기록한 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책값은 2천엔으로 저렴한 편이고, 인쇄비는 판매대금을 모아 후불하기로 했다. “이런 작업은 ‘공공성 회복’을 지향하면서 국경과 전공의 경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실천적 아티스트들에게 향후 국제적 연대를 위한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안씨는 말했다

주로 취재차 한 해에 10~15차례 일본을 오가는 그는 “요즘 일본 극우세력의 언동이 점차 거칠어져 45년 태평양전쟁 말기의 광기를 연상케 한다는 얘기들이 나올 정도”라며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이지메’를 걱정했다.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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