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 국립과학원 수상연설문 번역
“사회학은 권력에서 자유로워야”
“사회학은 권력에서 자유로워야”
“사회학적 시선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을 사회의 다양한 곳들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복잡한 사회세계가 존재합니다. 사회학자들은 이 세계들의 기능장애를 분석하고 그 갈등들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현대 사회학 대가로 꼽히는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1993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이 ‘연구의 활력과 반향에 걸출한 공헌을 한 과학자’에게 주는 금메달을 받은 뒤 행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간행된 채 남아 있던 이 연설문이 최근 <한국사회학> 47집에 실렸다. <영국사회학회지>를 비롯해 전세계 13개 사회학 저널에 동시에 번역·출간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김홍중 서울대 교수(사회학)가 번역을 맡았다. 한국사회학회는 이를 기념해 지난달 27일 서울 한국사회과학자료원에서 특별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부르디외의 연설문은 사회학이 사회 전반으로 구석구석 퍼져나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이유로 사회학이 ‘성찰적’인 학문이라는 점을 든다. 그는 “사회학은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삼으며, 집합적으로 억압된 ‘사회적 무의식’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곧 초월적 원리 위에 과학을 정초하려는 다른 학문들에 대해, “사회학은 그들의 역사적 기원과 오류의 가능성, 그리고 잠정적인 타당성의 원칙을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학은 자신들의 제국을 현실화시키고 정당화하기 위해 과학에 점점 더 의존하는 권력들에게 효과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비판적 대항-권력의 하나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사회학은 국가권력을 포함한 모든 권력에 대해 자신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실 그가 국립과학연구원의 금메달을 받은 것은 공신력 있는 국가 학술기관으로부터 사회학이 마침내 독자적인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르디외는 연설문에서 오히려 더욱 날카로운 어조로 사회학이 모든 권력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홍중 교수는 특별 세미나 자리에서 “부르디외의 연설문을 보면, 사회학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사회학의 구실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느껴진다”며 “이는 ‘사회적인 것’(the social)의 불가능에 대한 의혹이 거듭 제기되던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1990년대 ‘신자유주의 세계화’ 등이 사회학의 비판적 기능을 질식시키려 했던 흐름을 지목한 것이다. 그는 “프랑스처럼 단단한 ‘소셜’을 가져보지 못한 한국에서는 그 불안이 훨씬 더 강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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