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아프리카 부룬디의 한 마을에서 ‘북스 포 부룬디’ 활동가들이 나눠준 키룬디어로 된 동화책을 받은 학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아프리카 어린이돕는 ‘북스 포 브룬디’ 대표 안지혜씨
세계 최빈국 브룬디 선교갔다 인연
단체 꾸려 현지어 동화책 제작 선물
기금 마련위해 새달 3일 헌책 바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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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받아든 아이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모국어인 ‘키룬디’(Kirundi)어가 갖가지 색으로 그려진 그림과 함께 매끈한 종이에 인쇄된 그림책이었다. 동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부룬디의 아이들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책을 나눠주는 행사 중간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책을 옷 안에 품고 빗속을 달렸다.
지난해 2월 부룬디를 처음 방문한 ‘북스 포 부룬디’(부룬디를 위한 책들) 대표 안지혜(23)씨는 이 장면을 마음속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아이들이 책을 우산 삼아 머리에 쓰고 가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책을 옷 안에 넣는 모습을 보니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안씨가 그 아이들에게 키룬디어로 된 동화책을 선물하는 단체를 만들기로 생각한 것은 2009년이었다. 그해 8월 기독교단체의 단기선교에 참여해 방문한 부룬디에서 만난 아이들을 그는 잊을 수 없었다. 하루에 한끼밖에 먹지 못하면서도 자기 몫의 빵을 떼어 내밀던 아이들이었다.
2011년 국제은행 자료를 보면, 부룬디는 국내총생산 기준으로 세계 190개 나라 가운데 158위의 최빈국이다. 독일과 벨기에의 식민지배를 받다가 1962년 독립했지만,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내전으로 적어도 10만명이 희생당한 비극의 땅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책 한권 없이 공부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밟혔던 안씨는 한국에 돌아온 지 한달 만에 ‘북스 포 부룬디’를 꾸렸다. 동화책을 부룬디어로 번역해 전달하기로 했다. 뜻이 맞는 대학생 8명이 곧 동참했다. 국내에 있는 부룬디 유학생 20여명의 도움을 받아 국내외 동화책을 번역했다. 백인이 등장하는 그림은 흑인으로 바꾸는 작업도 거쳤다.
1년6개월 만인 지난 2월 첫 키룬디어 동화책 3000권을 싣고 부룬디행 비행기에 올랐다. 14일간 12개 마을을 돌면서 비누·구충제와 함께 동화책을 나눠줬다. 졸업하면 취직할 생각이었던 안씨와 활동가 김유래(23)씨는 부룬디 아이들 덕분에 장래 진로도 바꿨다. 김씨는 “‘북스 포 부룬디’를 공식 구호 단체로 만들어 상근 활동가로 일하는 꿈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0여명의 20대 대학생·직장인들이 일하고 있는 ‘북스 포 부룬디’는 이달부터 2차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키룬디어 교본과 성교육 책을 만들 계획이다. 11월3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대학로길 아르코예술극장 앞에서 중고책 바자회를 연다. 후원 문의는 재단 ‘아이들과 미래’(donation.or.kr/02-843-8478).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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