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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일본인이 쓴 강제징용 노동자 참상

등록 2012-09-21 20:46

잠깐독서
해협
하하키기 호세이 지음·정혜자 옮김/나남·1만3800원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한-일 관계가 살얼음판이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만행에 대한 진실한 사과는커녕 독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 반일 감정이 활활 타오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참상과 이들의 심정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해협>(원제 ‘세 번 건넌 해협’)은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일본 작가가 재일조선인 환자들과 상담하며 접한 식민시대 강제징용의 참상을 소설로 되살려낸 책이다. 주인공 하시근은 17살 때 콩밭에서 추수일을 하다가 강제징용에 끌려간다. 배를 타고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대한해협 건너 도착한 곳은 일본 다카쓰지 탄광. 하루 18시간 노동에 폭행·굶주림·질병이 만연한 생지옥이었다. 도착 당시 5명이었던 같은 방 동료 중 2명만 살아남았다. 하시근은 본의 아니게 일본인 노무감독을 살해한 뒤 탈출하고, 해방 뒤 대한해협을 건너 귀국한다. 그는 이후 부산에서 기업인으로 성공했고, 40여년 뒤 그는 ‘결행’(?)을 위해 일본행을 결심하고 세 번째로 해협을 건넌다.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소설을 읽지는 않는다. 그러나 좋은 소설은 어떤 책보다 훌륭한 역사 교사다”라고 번역자는 서문에 밝혔다. 징용노동자 참상을 일본인이 적나라하게 고발했다는 게 놀랍고, 20년 전 나온 이 값진 소설이 이제야 국내에 소개된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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