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개 장발
황선미 글, 김동성 그림/웅진주니어·9500원
황선미 글, 김동성 그림/웅진주니어·9500원
함께 늙어가며 화해하는 과정 그려
황선미 작가 “내가 가장 좋아한 작품”
시댁 개 이름은 샤론이다. 일본 스피츠종으로 올해 두 살쯤 됐다. 하얀 털이 탐스러운 샤론이는 11월이면 첫 출산을 한다. 시어머니 아는 분이 새끼를 한 마리 달라고 해 임신을 시켰다. 샤론이의 임신 소식에 나도 대뜸 “새끼 낳으면 우리도 한 마리 데려오자” 했다. 그런데 황선미 작가의 장편소설 <푸른 개 장발>을 보니 아차 싶은 느낌이 든다. <푸른 개 장발>의 주인공 장발은 푸른색 긴 털을 지닌 별난 개다. 누렁이 엄마에게 태어날 때부터 형제들과 다른 외모로 무시와 따돌림을 받는다. 강아지를 팔아 용돈벌이를 하는 땜장이 아저씨 목청씨는 그런 장발을 안쓰럽게 보살핀다. 어느 날 목청씨네 집에 개도둑이 들어온다. 약을 탄 고기를 먹은 장발의 엄마와 형제들은 속수무책으로 잡혀간다. 가족을 잃은 슬픔도 잠시, 장발은 씨어미가 돼 새끼들이 팔려가는 걸 지켜봐야 하는 신세가 된다. 모성애가 강한 장발이 목 놓아 울기도 하고, 아저씨 팔뚝을 물어도 봤지만 소용이 없다. 새끼를 뺏고 뺏으며 서먹해진 목청씨와 장발. 이 둘의 관계를 풀어준 건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이다. 명절 때나 찾아오는 자식들로 늘 쓸쓸하기만 한 목청씨와 가족을 오래 품어본 적 없는 장발은 어느덧 서로를 의지하고 이해하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있다. 막걸리를 마시던 목청씨가 장발의 밥그릇에 술을 부어주며 말한다. “허헛 참, 너와 술을 나눠 먹다니. 쓸쓸한 이 마당에 같이 있는 게 바로 너라니.” 장발도 미워하던 목청씨가 그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목청씨가 병이 걸려 입원하자 돌봐줄 사람이 없는 장발은 오랜 시간 추위와 배고픔에 지치게 된다. 번번이 새끼를 뺏어간 주인이지만 장발은 별난 자신에게 보여줬던 목청씨의 따스함이 사무치게 그립다. <푸른 개 장발>은 스테디셀러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황선미 작가의 작품이다. 전작의 주인공 암탉 ‘잎싹’과 장발은 닮은 구석이 있다.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는 폐계가 돼 쫓겨난 잎싹, 형제들과 다른 외모로 엄마에게조차 무시당하는 장발은 새끼를 품으며 성장한다. 청둥오리 새끼를 제 새끼마냥 돌보다 죽는 잎싹과 빼앗긴 새끼를 찾아 헤매는 장발의 모습은 모성이란 이름으로 겹친다. 목청씨와 장발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가족애 또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마당을 나온 암탉>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2005년 냈던 책을 이번에 새로운 그림과 함께 재출간했다. 작가는 <푸른 개 장발>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꼽는다. 떠돌이 품팔이꾼이던 아버지가 마련한 마당 있는 집에서 개와 닭, 토끼를 키우던 어린 시절 추억을 담았다고 했다. 감나무를 감싼 달팽이 계단이 있는 목청씨네 집 마당은 작가가 살던 집을 닮았다. 작가는 유년의 기억을 섞어 개를 팔아 용돈벌이를 하는 노인과 잡종개가 삶의 끝자락에서 화해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과 동물이 지닌 생명의 평등성도 묵직하게 전달한다. 책장을 덮자 샤론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명랑하고 정 많은 샤론이에게 새끼를 뺏기며 산 장발의 쓸쓸함이 겹칠까 두렵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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