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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록학회 심포지엄 ‘과거청산, 인권 그리고 기록’

등록 2005-08-05 17:04수정 2005-08-05 17:07

미국 메릴랜드주에 자리한 국립문서보관소 자료실 모습. 한국 현대사의 숨겨진 이면을 들추는 각종 기록과 문서들이 ‘발굴’된 현장이기도 하다.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 메릴랜드주에 자리한 국립문서보관소 자료실 모습. 한국 현대사의 숨겨진 이면을 들추는 각종 기록과 문서들이 ‘발굴’된 현장이기도 하다. <한겨레> 자료사진.
“과거청산 기록 추적서 시작”

광복 60주년이다. 결국 ‘과거’가 문제다. 과거의 일이 오늘의 본질을 일러주는 게 한국 현대사다. 멀리 반민특위의 좌절부터 가깝게는 삼성 엑스파일에 이르기까지, 지난 60년에 이르는 모든 과거는 한결같이 현재적이다. 그리고 ‘현재적인 과거’의 실체를 온전히 드러낼 유일한 근거는 ‘기록’이다.

국내외 학자20여명
은폐되고 파괴된 기록
보존·관리 방법 집중 논의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는 ‘과거청산, 인권 그리고 기록’을 주제로 한국기록학회 심포지엄이 열렸다. 국내외 학자 20여명이 발표와 토론에 나선 이 자리에서는 은폐되고 파괴된 기록을 어떻게 보존·관리할 것인지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펼쳐졌다.

독일 연방기록관 부관장인 클라우스 올덴하게의 발표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지난 60년 내내 과거와 맞대면한 나라가 독일이다. 패전 직후엔 전범들을 사법청산했고, 70년대 이후에는 시민사회 주도로 유대인 학살 관련자들을 법정에 세웠다. 90년대부터는 옛 동독의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자 문제로 씨름하고 있다. 그 중심에 독일 연방기록관이 있다.

독 ‘연방기록’ 관 52년 설립

1952년 설립된 독일(당시 서독) 연방기록관은 연합국(미국·영국 등)이 노획한 나치 기록들을 반환받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 기록들은 1950년대 말부터 자체적으로 실시한 나치 범죄자 조사를 위한 증거로 이용됐다. 올덴하게 부관장은 “이 작업은 90년 옛 동독의 중앙기록관이 ‘개방’됐을 때 다시 착수됐다”고 전했다. 나치 시대에 대한 ‘끝없는 청산’ 작업은 바로 기록물에 대한 집요한 추적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기록을 관리하는 ‘공공기록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올덴하게 부관장은 “기록에 대한 접근이란 단순히 형식적·법률적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관심사인 영구기록을 적절하게 평가하고 보존하는 것을 말한다”며 “따라서 평범한 공공기록관조차 다른 어떤 조사 기관이나 기구보다 훨씬 더 분명하게 과거의 인권침해와 차별정책을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청산을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 못지 않게, 전문적인 ‘공공기록관’을 육성하는 일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안도 마사히토 일본 국문학연구자료관 교수는 동아시아 차원의 ‘기록물 공유’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아태 기록물 공유 제안 눈길

안도 교수는 “역사인식 공유는 기록의 ‘공용’으로부터 시작된다”며 “기록을 발굴·정비하고 국경을 넘어 공통으로 이를 이용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기록관리 시스템을 아시아·태평양 여러 국가들이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이날 논의가 이뤄진 직접적 이유는 지난 5월 제정되고 오는 12월 시행될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이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각종 특별법에 근거한 진상규명 활동은 근현대 기록에 대한 광범위한 수집과 정리, 분석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4~8년 동안 근현대 기록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러나 일제 시대부터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이르는 수많은 기록물의 보존·분석은 아직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게 상당수 관련자들의 평가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기록물들이 많고, 이를 발굴하는 노력도 개인에게 떠맡겨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술자 자료관 구축” 대안도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하나의 대안으로 ‘구술사 자료관 구축’을 내놓았다. “공식기록이 사라지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구술사는 조각난 기록을 복원시키는 열쇠”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광주항쟁,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등에 대한 구술자료 수집이 “민주화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고 평가하고 “여러 집단과 개인으로 흩어져 진행된 구술사 자료물을 수집·정리·관리할 구술사 자료관 운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1794년 프랑스 혁명 정부가 반포한 법 가운데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모든 시민은 기록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의 양도를 요구할 수 있다. 자료는 요청자에게 별도의 비용 없이 적절한 주의와 함께 제공된다.” 당시 프랑스 시민사회가 ‘기록의 해방’에 주목했던 이유는 오늘 한국 시민사회와 다르지 않다. 과거 억압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당대는 물론 후대의 모든 사람들이 ‘기록’을 통해 똑똑히 깨닫게 하고 싶은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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