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 홍명진 지음/사계절·1만원
<우주비행>
홍명진 지음/사계절·1만원 안녕! 너희들한테 나를 소개할게. 이름은 박승규. 열일곱살이야. 실제론 열아홉살이지. 저쪽(북한) 나라에서 살다가 이쪽(남한) 나라로 넘어온 탈북자야. 신분조사 과정에서 두살 낮춰 적었어. 어머니께서는 낯선 곳에 적응하려면 시간을 벌어두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셨던 모양이야. 돌이켜보니, 어머니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듯 해. 이쪽에서 적응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거든. 북한식 사투리와 억양 때문에 이쪽 사람들은 나를 다른 눈으로 바라봤어. 우리를 한민족이라고 한다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 아버지는 일곱살 때 교화소에서 병을 앓다가 돌아가셨어. 나, 엄마, 누나가 두만강을 건넜지만, 누나는 중국에 있어. ‘이쪽’ 나라에는 나와 엄마뿐이야. 북한식 사투리와 억양, 자신감 없는 태도 때문인지 나는 언제나 ‘저쪽 사람’ 취급을 받았어. 나 역시 ‘이쪽 사람’인 그들의 경계 어린 눈빛과 낯선 환경이 불편하기만 했지. 나는 복지관 직원인 ‘노랑머리’가 나타나고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어. 노랑머리는 내게 먼저 손을 내밀고, 스스럼없이 나를 대했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여느 사람들과는 확실히 달랐어. 어느날 밴드부에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어. 처음엔 거절했는데, 이상하게 드럼만 보면 심장이 쿵쿵 뛰었어. ‘쿵쿵칙칙 쿵쿵쿵쿵…’ 드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침대에 드러누워도 눈앞에 드럼이 둥둥 떠다니고, 통통 소리가 나는 것만 보면 두드리고 싶어 안달이 났지. 밥상 앞에 앉으면 스틱 잡듯이 잡고 싶어지고. 오홋. 밴드부 이름을 ‘우주비행’이라고 짓고, 밴드부 친구 상휘, 동구, 해나와 친해지면서 웃음과 여유를 찾기 시작했어. 벼룩시장 같은 바자회 장소지만 ‘우주비행’은 정식으로 공연도 하게 되었지. 이젠 ‘이쪽’에서 살아가는 일이 힘들고 두렵지만은 않을 것 같아. 드럼, 무엇보다 ‘우주비행’ 덕분이지…. <우주비행>은 탈북자 소년 ‘박승규’의 남한 정착기를 소재로 한 청소년소설이다. ‘탈북’이라는 민감하면서도 무거운 소재를 경쾌하게 그려내고,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심리묘사를 세심하게 표현한 점이 눈에 띈다. 승규는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 속에서도 절대 좌절하지 않는다. 절망과 위기의 순간에도 “나는 잃은 게 없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다. 문학평론가 김지은씨는 “이 작품의 매력은 어떤 가혹한 삶의 국면도 ‘살 수 없는 것’으로 묘사하지 않은 데 있다”고 평했다. 쉽게 읽히고,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울림이 있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탈북자’를 향한 시선이 조금은 부드러워질 듯하다. 제1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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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진 지음/사계절·1만원 안녕! 너희들한테 나를 소개할게. 이름은 박승규. 열일곱살이야. 실제론 열아홉살이지. 저쪽(북한) 나라에서 살다가 이쪽(남한) 나라로 넘어온 탈북자야. 신분조사 과정에서 두살 낮춰 적었어. 어머니께서는 낯선 곳에 적응하려면 시간을 벌어두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셨던 모양이야. 돌이켜보니, 어머니께서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듯 해. 이쪽에서 적응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거든. 북한식 사투리와 억양 때문에 이쪽 사람들은 나를 다른 눈으로 바라봤어. 우리를 한민족이라고 한다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 아버지는 일곱살 때 교화소에서 병을 앓다가 돌아가셨어. 나, 엄마, 누나가 두만강을 건넜지만, 누나는 중국에 있어. ‘이쪽’ 나라에는 나와 엄마뿐이야. 북한식 사투리와 억양, 자신감 없는 태도 때문인지 나는 언제나 ‘저쪽 사람’ 취급을 받았어. 나 역시 ‘이쪽 사람’인 그들의 경계 어린 눈빛과 낯선 환경이 불편하기만 했지. 나는 복지관 직원인 ‘노랑머리’가 나타나고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어. 노랑머리는 내게 먼저 손을 내밀고, 스스럼없이 나를 대했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여느 사람들과는 확실히 달랐어. 어느날 밴드부에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어. 처음엔 거절했는데, 이상하게 드럼만 보면 심장이 쿵쿵 뛰었어. ‘쿵쿵칙칙 쿵쿵쿵쿵…’ 드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침대에 드러누워도 눈앞에 드럼이 둥둥 떠다니고, 통통 소리가 나는 것만 보면 두드리고 싶어 안달이 났지. 밥상 앞에 앉으면 스틱 잡듯이 잡고 싶어지고. 오홋. 밴드부 이름을 ‘우주비행’이라고 짓고, 밴드부 친구 상휘, 동구, 해나와 친해지면서 웃음과 여유를 찾기 시작했어. 벼룩시장 같은 바자회 장소지만 ‘우주비행’은 정식으로 공연도 하게 되었지. 이젠 ‘이쪽’에서 살아가는 일이 힘들고 두렵지만은 않을 것 같아. 드럼, 무엇보다 ‘우주비행’ 덕분이지…. <우주비행>은 탈북자 소년 ‘박승규’의 남한 정착기를 소재로 한 청소년소설이다. ‘탈북’이라는 민감하면서도 무거운 소재를 경쾌하게 그려내고,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심리묘사를 세심하게 표현한 점이 눈에 띈다. 승규는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 속에서도 절대 좌절하지 않는다. 절망과 위기의 순간에도 “나는 잃은 게 없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다. 문학평론가 김지은씨는 “이 작품의 매력은 어떤 가혹한 삶의 국면도 ‘살 수 없는 것’으로 묘사하지 않은 데 있다”고 평했다. 쉽게 읽히고,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울림이 있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탈북자’를 향한 시선이 조금은 부드러워질 듯하다. 제1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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