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가 태어나던 날 궁궐 사람들은 무얼 했을까> 김경화 글, 구세진 그림/살림어린이·1만800원
<왕자가 태어나던 날 궁궐 사람들은 무얼 했을까>
사극은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정통사극부터 요즘 대세인 타임슬립(시간이동) 퓨전사극까지 극에 빠지다 보면 시대와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대장금>에서 수라간(궁궐의 부엌) 나인인 장금이의 출세가 그 시대에 정말 가능했는지, <바람의 화원>의 도화서(그림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청) 화원인 신윤복이 남장여자일 수도 있는지 생각해보는 식이다.
사극의 또다른 재미는 궁궐 안 사람들의 숨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 배우지 못한 역사의 한순간을 생생하게 재현하니 드라마는 교과서보다 더 흥미로운 역사책이 되기도 한다.
<왕자가 태어나던 날 궁궐 사람들은 무얼 했을까>도 드라마처럼 역사의 한 순간을 재현한 그림책이다. ‘왕자의 탄생을 기다리는 어느 날’이란 시점을 잡아 궁궐 안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설명해준다. 도화서의 화원들은 왕자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십장생 그림을 준비하고, 내의원의 의원과 의녀들은 중전마마와 왕자의 건강을 살피느라 분주하다. 침방과 수방(수놓는 일을 하는 곳)에선 왕자가 쓸 새 이불과 옷을 만들고, 사옹원(음식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곳)과 수라간에선 좋은 재료를 골라 음식을 만든다. 집현전 학자들은 왕자의 스승으로 누가 좋을지 모여 의논하고, 악사들은 중전마마의 태교를 위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한다.
이 책을 위해 그림 작가는 조선의 궁중 문화를 공부했다. 고증에 바탕한 그림은 더없이 생생하다. 16세기 화첩에 담긴 ‘동궐도’를 연상케하는 궁궐 그림부터 왕자의 탄생으로 떠들썩한 궁궐 잔치까지 그림만 보고 있어도 조선시대 궁궐 사람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그림 살림어린이 제공
<왕자가 태어나던 날 궁궐 사람들은 무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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