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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종이가 사라진다고? 상상할 수도 없지

등록 2012-08-03 19:04

종이는 힘이 세다
남궁담 지음, 심창국 그림/현암사·1만1000원

이번 런던올림픽 개막식은 꽤 인상적이었다. 산업혁명과 도시화란 거대한 흐름 속에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다니 역대 올림픽 개막식 중 이렇게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좌파적’ 쇼가 있었던가 싶다. 그래도 여느 개막식이 그랬듯 영국도 깨알 같은 나라 자랑을 빼먹지 않았다. 자본주의 국가 중 가장 훌륭한 의료제도라는 ‘국가무상의료제도’를 보여주기 위해 재현한 아동병원은 부러웠으니 말이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때, 중국이 했던 나라 자랑도 기억난다. ‘위대한 문명’이란 주제를 내걸었던 중국은 커다란 전자 스크린에 종이 두루마리를 펼쳐 그림을 그렸다. 종이를 만든 나라라는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고 할까. 종이가 문명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으니 훌륭한 자랑거리임은 분명하다.

<후한서>라는 중국 역사책에는 ‘후한 시대, 궁정 환관이었던 채륜이 서기 105년에 종이를 만들어 당시 황제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그 이전인 전한시대의 종이로 짐작되는 ‘파교지’ 등이 확인되고 있어 채륜은 종이를 ‘처음 발명한 사람’이 아니라 종이를 ‘좀더 좋게 고친 위인’으로 불리고 있다.

종이는 중국에서 불교를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인도어로 된 불경을 한역해서 옮기게 되면서 불교를 접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불교를 널리 퍼트리고 싶었던 중국은 우리나라, 일본에까지 불경을 전하면서 제지술도 함께 전파했다. 종이는 이후 8세기 당나라 군과 이슬람연합군의 전쟁(탈라스 전투)을 통해 중앙아시아·중동의 이슬람 세계로도 전파됐다. 유럽은 중국에서 종이가 발명된 지 천년이나 지난 무렵에서야 종이를 쓰기 시작했다. 종이에 쓰인 문명은 빠르고 힘있게 퍼져나갔다. 제지술의 발달이 인쇄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지면서 종이에 무언가를 담고자 하는 사람들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종이는 힘이 세다>는 이렇듯 종이가 세상에 태어나 어떻게 인류 문명을 이끌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진흙-돌판-거북이 등껍질-대나무-가죽 같은 소재를 거쳐 종이가 발명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종이가 중국에서 유럽까지 전파된 과정을 소개한다. 혹자는 이제 종이의 시대가 가고 전자종이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전자문명의 혜택도 종이문명이 닦아놓은 길 끝에서 이뤄진 것이다. 종이의 종말을 고할 때가 가까워졌다 싶지만 종이의 쓰임은 줄지 않았다. 여전히 우린 신문·책·벽지·포장지 등 종이로 만들어진 세계에 둘러싸여 있다. 종이의 종말? 여전히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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